“기름값 내달 인하”…고개숙인 고속도 주유소

그동안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 온 전국 136개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유소 기름값이 이르면 8월 1일부터 전국 시중 주유소 평균가 수준으로 인하된다.

이렇게 되면 올해 6월 기준으로 L당 평균 1563원인 고속도로 주유소 휘발유 값은 시중 주유소 평균가인 1540원까지 23원가량 떨어지게 된다.

▼본보 5월 26일자 A1·10면 참조▼

전국 고속도 주유소 136곳 가격 분석…1L평균 40원 비싸

[고속도로별 ‘油테크’]경부에선 죽전 - 망향 주유소 가장 싸

한국도로공사가 26일 국민중심당 정진석 의원에게 제출한 ‘고속도로 주유소 가격 개선 보고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로공사와 각 정유업체,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업체들의 모임인 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는 최근 잇달아 협의해 이같이 결정했다.

기름값은 한국석유공사가 매주 발표하는 전국 시중 주유소 평균가에 연동키로 했다.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을 시중 주유소 가격에 맞추기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경유값 인하폭은 더 클듯

시설협회 등이 이같이 결정한 것은 해마다 시중 주유소보다 더 비싸지는 고속도로 주유소를 운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주유소와 시중 주유소의 L당 기름값 차이는 휘발유의 경우 2004년 29.12원에서 2005년 34.54원, 올해 1분기(1∼3월)에는 40.64원까지 벌어졌다.

이번 결정으로 그랜저 승용차의 연료탱크(75L)를 휘발유로 가득 채우면 6월 기준으로 1725원가량 절약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경유가격의 인하 폭은 휘발유보다 더 클 전망. 6월 기준 고속도로 주유소 평균 경유 값은 L당 1296원으로 시중 주유소보다 L당 46원 비쌌다.

고속도로 주유소가 올해 1분기 시중 주유소보다 60억3643만 원의 기름값을 더 받은 만큼, 앞으로도 매출액이 1분기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고속도로 운전자들은 1년에 최대 241억 원의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위해 시설협회는 판매 이윤 중 일부를 포기하고 도로공사는 주유소에서 받는 땅 임대료를 낮추며, 정유업체는 기름 공급가를 낮추기로 했다.

○ 일부 주유소는 반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주유소 휘발유가격 예상 인하폭
주유소	6월 L당 평균(원)	예상인하 폭(원)
추풍령	1,573	33
칠곡	1,570	30
금강	1,565	25
옥천	1,563	23
안성	1,562	22
언양	1,562	22
경주	1,560	20
만남의 광장	1,559	19
죽암	1,559	19
망향	1,557	17
평사	1,557	17
옥산	1,555	15
황간	1,554	14
천안	1,553	13
기흥	1,551	11
인하 기준가격은 6월 평균 전국 시중 주유소 가격. (자료: 한국도로공사)

그러나 그동안 비싸게 기름을 팔아 왔던 일부 고속도로 주유소는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지역별로 기름값이 천차만별인 유통체계에서 일률적으로 전국 시중 주유소 평균에 맞추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 내 주유소(대구 방향)는 6월 한 달 동안 휘발유를 L당 평균 1605원에 팔았지만, 호남고속도로 백양사휴게소 내 주유소(순천 방향)는 이보다 56원 싼 L당 1549원을 받았다. 6월 시중 주유소 평균가(L당 1540원)에 맞추려면 백양사주유소는 L당 9원만 내리면 되지만, 지리산주유소는 65원을 내려야 하는 것.

이에 따라 시설협회 등은 기름 운송비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비싸게 팔아 왔던 일부 고속도로 주유소는 시중 주유소 평균가에서 0.3%까지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6월 기준으로는 1544.6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