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CB 변칙증여 혐의 더욱 분명히 입증해야”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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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 증여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허태학 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에 이들의 배임 혐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입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이상훈)는 20일 이 사건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석명권(釋明權)을 행사하며 “제일제당을 제외한 기존 에버랜드 주주들이 CB를 인수하지 않은 과정에서 허 씨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들이 주요 주주들의 인수 포기 여부를 어떻게 알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검찰 측에 요구했다.

석명권이란 법원이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사건 당사자에게 법률적 사실적인 사항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고 입증을 촉구하는 권한이다.

허 씨 등은 에버랜드 CB를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에게 싼값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지금 판결을 할 수도 있지만 형식적 판단이 될 염려가 있다”며 “CB 배정의 전 과정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한 다음에 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주주 우선 배정을 가장한 3자 배정을 통해 편법 증여가 이뤄졌다는 1심 판결에는 논리적 비약이 있다”며 “검찰이 이 비약을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제출한 증거자료만으로 허 씨 등의 배임 혐의 입증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심 때 해 오던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동문서답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판 직후 “최대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지만 다음 재판 때까지 끝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항소심 심리 종결은 검찰의 석명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4일 오후 3시.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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