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좋지, 화려하지, 은행 많지…美기업 본사 맨해튼 복귀

  • 입력 2006년 7월 5일 03시 09분


코멘트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속하는 알코아의 알랭 벨다 회장은 2001년 회장 및 최고경영자(CEO)가 되자마자 본사 주요 임원 50명을 이끌고 뉴욕 맨해튼에 ‘입성(入城)’했다.

그러나 피츠버그 본사에 근무하던 직원 2000명 대부분은 현지에 그대로 남겨 뒀다.

회장과 주요 임원들이 맨해튼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본사를 맨해튼으로 옮긴 셈이지만 올해 초까지도 회사 공식문서에서조차 이 같은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 50년 넘게 본사가 있었던 ‘피츠버그 정서’를 감안한 조치였다.

20세기 후반 들어 치안 악화와 살인적인 물가를 견디지 못하고 ‘탈(脫)맨해튼’을 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 기업의 CEO들이 다시 맨해튼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현재 맨해튼에 본사나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 기업은 602개사로 1990년의 274개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맨해튼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대기업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맨해튼을 포함한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은 44개사. 2002년의 40개사에 비하면 그 사이 4개사가 늘어났다. 미국 도시 가운데 가장 많다. 2위는 23개사가 있는 휴스턴.

기업들이 맨해튼 본사를 과거에 비해 소수 인력으로 구성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물가가 비싼 맨해튼에 매머드급 본사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맨해튼 본사에는 CEO를 포함해 임원들만 근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맨해튼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치안이 크게 개선된 데다 맨해튼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라는 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CEO나 임원들의 소득이 최근 크게 늘면서 이들이 ‘비싸지만 화려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맨해튼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