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MMF 보름새 13조 썰물, 시장붕괴 위기감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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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쓰러지는 자산운용사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져 대량 환매(중도 인출)가 시작되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어요.”(자산운용사 관계자)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Money Market Funds)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보름(거래일 기준) 사이 MMF에서 13조 원 이상의 돈이 빠져나갔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7일 78조1260억 원이던 MMF 잔액은 27일 65조850억 원으로 줄었다.

고객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너도나도 채권 매각에 나서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채권 가격이 폭락했다.

가격이 폭락하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다시 환매를 요구하고, 이 때문에 다시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빗발치는 고객의 환매 요구로 2조 원가량의 MMF 잔액이 바닥난 자산운용사도 있다. MMF에서 빠져나온 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사에 불리한 정보를 흘리는 회사도 있어 “상도의마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MMF시장 혼란이 자칫 과거 카드채 사태처럼 자산운용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전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투매 심리가 만들어낸 MMF 대란

겉으로 드러난 MMF시장 혼란의 원인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익일매수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MMF에 맡긴 돈의 기준가격은 지금처럼 당일이 아닌 가입 다음 날의 채권 가격이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고객은 하루치 이자를 못 받기 때문에 수익률이 약간 낮아진다. 또 회계 처리도 다소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최근 MMF 대란의 주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투매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금리가 더 올라갈 것(채권 가격은 하락)이라는 전망이 이어지자 법인 고객들이 그렇지 않아도 MMF에서 발을 빼고 싶던 차에 익일매수제 시행을 앞두고 단기자금을 대거 빼내기 시작했다는 것. 고객의 환매 요구가 들어오면 자산운용사는 갖고 있던 CD 등 단기 채권을 팔아 고객에게 돈을 내줘야 한다. 환매 요구가 몰리면서 CD 등을 팔겠다는 매물이 급증했고, 이 때문에 채권 가격은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 상대 깎아내리기에 유언비어까지

MMF는 아무 때나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는 자유 입출금 상품이다. 법인 고객은 초단기 여유 자금을 굴릴 때 주로 이용한다.

당장 채권 가격이 폭락해 환매 요청이 늘었지만 고객들이 빼낸 돈을 어디에 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때문에 이 돈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쟁사를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A사는 환매가 조금만 더 들어오면 망한다”거나 “B사 고객이라면 당장 돈을 빼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길”이라는 등 온갖 루머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매가 집중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MMF 비중이 높지 않고 펀드 운용을 상대적으로 잘하는 대형 회사들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원래 이 시장이 한 회사가 쓰러지면 그 자금을 유치한 다른 회사가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며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쓰러뜨리려는 시도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펀드매니저는 “흑색선전을 이용해 당장은 몇몇 회사가 성장할 수 있겠지만 자산운용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고객의 환매가 더욱 늘어 결국 공멸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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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MMF:

Money Market Funds의 약자. 자산운용사가 고객 자금으로 펀드를 만든 다음 만기 1년 이내인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초단기 채권에 집중 투자해 수익을 내는 상품.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지급해 회사나 개인 고객이 단기자금을 운용할 때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아무 때나 돈을 뺄 수 있는 특징 때문에 최근 환매(중도 인출) 요구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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