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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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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는 얼마 전에는 “축구국가대표의 선전(善戰)을 기원한다”며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인쇄된 담배를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약점을 역이용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이른바 ‘패러독스(paradox·모순) 마케팅’이다.
○금연운동, 흡연 에티켓까지 챙기는 담배회사들
프로농구와 배구 등 4개 종목에서 스포츠 팀을 갖고 있는가 하면 노인 탁구대회와 같은 체육행사를 수시로 개최한다. 신약 개발 연구를 하는 바이오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제약회사인 영진약품을 아예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모두 공익기업의 이미지를 찾기 위해서라지만 한편으로는 “담배 주고 약 준다”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다.
담배회사가 하는 패러독스 마케팅의 ‘압권’은 주업종인 담배와 관련된 캠페인.
다국적 회사 제이티인터내셔널(JTI)코리아는 흡연자들에게 흡연 매너에 대한 홍보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담배회사가 직접 흡연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조사하는 일도 생겼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작년 말 한 편의점 업체와 함께 ‘청소년 금연 캠페인’을 전개했고 BAT코리아는 청소년 흡연예방교실, 수기 공모전까지 열고 있다.
소비자에게 담배의 신체적, 사회적 유해성을 자발적으로 알리는 셈. 이처럼 스스로를 옭아맬 수도 있는 캠페인들은 언뜻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전략이다.
담배회사들이 왜 이런 일들을 하고 있을까?
○“흡연에 긍정적 인식 유발할 수도”
이들의 ‘이상한 전략’은 우선 국내에서 담배 광고와 판촉이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담배 제품 광고는 잡지에서만 일부 가능하고 여성이나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마케팅 활동은 금지된다. 제품에 금품이나 상품권을 끼워 파는 등의 판촉 활동도 불가능하다.
결국 ‘사회에서 해로운 존재’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기업 이미지 마케팅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공익사업도 ‘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스포츠 후원이나 기업 이미지 마케팅이 결국 흡연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기 때문.
그러나 담배회사들은 “마케팅은 비흡연자들에게 흡연을 권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성인 흡연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맞서고 있다.
KT&G도 “소비자에게 기업 이미지 차원의 마케팅을 하는 것일 뿐 담배 제품 홍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
동국대 조형오(광고홍보학) 교수는 “이들의 마케팅이 담배회사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해 결과적으로 흡연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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