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꼬마 요정’ 지원이의 원더풀 라이프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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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원이의 ‘희망이’라는 곰 인형이에요. 지원이를 처음 만난 건 2005년 5월이었죠. 지원이는 병원에서 주사와 독한 약으로 많이 힘들어했어요. 아침마다 하는 피검사는 지원이의 야윈 팔을 더 아프게 했어요. 한 번에 피를 뽑지 못하면 두 번 세 번 계속되는 아픔에 눈물을 보이곤 했죠. 그리고는 나를 안아주며 말했어요. 빨리 치료가 끝났으면 좋겠다고….”(손지원 양이 쓴 글 ‘희망이가 바라본 지원이의 10년 후 모습’ 중에서)》

올해 9세인 ‘꼬마 요정’ 손지원 양의 꿈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의사가 된 뒤 자신과 같은 소아암 환자를 치료하고 싶다고 한다. 아직은 치료 중이어서 학교에 갈 수 없다.

독한 항암제를 맞은 뒤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눈물을 보이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을 찍을 때면 손으로 ‘V’자를 그리며 입가에 미소를 보여 주는 여유도 생겼다.

이런 지원 양을 꼬마 요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삼성카드 임직원들이다. 삼성카드와 지원 양이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6월. 2000년부터 백혈병 어린이 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삼성카드는 우연히 지원 양의 사연을 듣게 됐다.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지원 양은 2004년 12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 때문에 엄마는 생업을 포기하고 간병에 매달려야 했다. 기초생활보장대상자인 데다 추가 소득마저 없어져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서 치료비를 댔다.

딸이 뜻하지 않은 병마(病魔)에 시달리게 되자 엄마는 헤어진 남편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남편은 재혼한뒤미국으로 유학을간상태였다.

삼성카드는 이런 사연을 자사 홈페이지 ‘사랑의 펀드 기부’ 코너에 올렸다.

임직원과 고객들은 카드결제시스템을 이용한 기부금과 카드 사용 때마다 쌓이는 보너스 포인트를 모아 현금화해서 치료 병원에 전달했다. 지원 양의 치료 효과는 좋은 편이어서 지금은 학교에 들어갈 꿈에 부풀어 있다.

지원 양과 삼성카드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달 초 삼성카드가 주최한 ‘푸른 싹 글·그림 공모전’에서 지원 양이 대상을 받은 것. 외부에서 심사를 담당해 삼성카드 관계자들은 응모 사실조차 몰랐다고 한다. 뒤늦게 지원 양의 글을읽은삼성카드 임직원들은글솜씨에 놀라고 착한마음에 눈시울이붉어졌다.

지난해 임직원들이 직접 만들어 선물했던 곰 인형‘희망이’를 의인화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것.

그래서 글 제목도 ‘희망이가 바라본 지원이의 10년 후 모습’이다.

“병원에서 함께 치료받고 뛰어놀던 언니 오빠들이 하늘나라 천사가 되어 떠날 때면 한참 슬퍼했어요.

지원이는 그때부터 의사가 되겠다고 자신의 꿈을 정했대요.”(손지원 양이 쓴 글 중에서)지원 양의 사례처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가운데에는 불우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행복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삼성카드는 2003년 백혈병 어린이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사랑의 펀드’를 만들었다. 지원 양을포함해 지금까지 42명의 어린이가 이 펀드의 도움을받았다. 또 치료기간에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 ‘사랑의 보금자리’를 운영 중이며 장기간 백혈병 치료로 교육을 받지 못한 환자에게 검정고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SK의 ‘프로젝트 아이(I)’는 6개월 이상 진행되고 미디어라는 수단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동에게 사진과 출판, 게임 등 미디어 전문가를 파견해 함께 문화체험을 하는 봉사활동이다.

경기 안산시의 한 지역아동센터에 머물고 있는 이민우(가명·13) 군도 지난해 프로젝트 I에 참가해 6개월간 디지털 카메라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이 군은 “이제 친구들에게 ‘나도 특기가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I는 지난해 소외계층 아동 51명에 이어 올해는 탈북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제조회사의 특성을 살려 2004년부터 ‘교통사고 유자녀 희망주기 장학사업’을 진행 중이다. 매년 1억 원씩을 시민단체인 녹색교통운동에 기탁해 연간 80여 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김인우(가명·19) 씨의 부친은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지금까지 의식이 없는 상태. 사고 전 부친의 사업 부도와 빚보증으로 재산을 압류당해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학 입학이 어려웠다.

김 씨의 어머니(43)는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3일간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현대차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었다”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전해 듣고는 처음으로 사회에 고마운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글=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그래픽=이진선 기자 geran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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