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할인점시장 완전 평정…신세계 ‘월마트코리아’ 인수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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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와 월마트코리아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월마트코리아 주식 인수 계약을 했다. 오른쪽부터 신세계 허인철 상무, 정용진 부사장, 구학서 사장, 월마트 조 헤트필드 아시아담당 회장, 브레트 빅스 아시아담당 부회장, 월마트코리아 산티아고 로세스 사장. 김재명 기자
신세계와 월마트코리아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월마트코리아 주식 인수 계약을 했다. 오른쪽부터 신세계 허인철 상무, 정용진 부사장, 구학서 사장, 월마트 조 헤트필드 아시아담당 회장, 브레트 빅스 아시아담당 부회장, 월마트코리아 산티아고 로세스 사장. 김재명 기자
신세계가 22일 미국계 할인점 월마트코리아를 전격 인수함으로써 국내 할인점 시장은 사실상 신세계 이마트의 독주 체제로 들어갈 전망이다.

이와 함께 10여 년 전 한국에 진출한 세계 유통시장의 두 ‘공룡’ 까르푸와 월마트가 거의 동시에 한국시장에서 ‘백기’를 들고 떠나는 진기록을 남겼다.

○현지화 실패가 8년 만에 철수로

까르푸와 월마트가 한국 철수를 결정하면서 국내의 외국계 할인점은 영국계 테스코가 90%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미국계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만이 남게 됐다.

월마트는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진출했다. 전국에 16개 매장을 뒀으며 총자산은 8740억 원, 종업원 수는 3356명이다.

월마트는 세계 1위 유통업체지만 국내에서는 줄곧 5위(시장점유율 4% 안팎)에 그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해엔 매출액 7287억 원에 99억 원의 적자를 냈다.

월마트의 한국시장 철수는 까르푸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지화에 실패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월마트는 미국에서 재미를 본 ‘EveryDay Low Price(언제나 낮은 가격)’라는 경영방식을 한국시장에 그대로 도입했다. 가격만 싸면 매장이 멀고 품질이 다소 떨어져도 고객이 만족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 고객들은 싼 가격은 물론 백화점 같은 매장시설과 서비스를 원했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라는 큰 시장이 부상하면서 이들 지역에 투자를 집중하려는 경영전략도 한국 철수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1위 독주 체제로 갈 듯

월마트 인수로 이마트의 국내 점포 수는 79개에서 95개로 늘어난다. 중국의 7개 점포를 포함하면 모두 102개다. 매출액 기준 업계 2위인 삼성테스코(43개)와 3위인 롯데마트(45개)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땅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할인점 신규 출점을 규제하는 분위기여서 2, 3위 업체가 이마트를 추월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월마트 인수로 백화점을 포함한 전체 매출에서 신세계가 롯데를 추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롯데의 매출은 9조5000억 원 선이고, 신세계 매출(월마트 매출 포함)은 8조1000억 원 선으로 추정된다.

○가격보다 명분 택한 월마트

신세계와 월마트의 인수 협상은 까르푸 매각 과정과 대비된다.

두 회사는 올 3월 협상에 나선 뒤 한 달이 약간 넘은 이달 초 일본 도쿄에서 극비리에 만나 월마트코리아 지분 100%를 8250억 원에 넘기기로 합의하면서 바로 본 계약을 체결했다.

까르푸가 작년 말부터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면서 매각 일정을 차일피일 미룬 것에 비하면 초스피드로 진행된 셈이다.

월마트 측은 “한국시장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깨끗하게 떠나겠다”며 “차익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월마트코리아가 매각대금으로 받은 8250억 원 중 매각 차익은 100억여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종업원의 고용 승계와 거래처 유지 등을 요구했고, 신세계가 이를 수용하면서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신세계 박주성 상무는 “점포당 월마트 인수가격은 약 500억 원 선으로, 이는 신규 점포를 개설하는 비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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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월마트, 한국 진출에서 철수까지▼

△1998년 7월 한국마크로 인수해 한국진출(마크로 인천, 일산, 대전, 남부점 인수)

△1999년 7월 월마트 강남점 개점, 상호를 한국마크로에서 월마트코리아로 변경

△2001년 화정점 등 3개점 개점

△2002년 부산 서면점 등 6개점 개점

△2004년 9월 경북 포항점 개점 이후 점포 신설 없음

△2005년 3월 산티아고 로세스 현 사장 부임

△2006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지분 매각 위해 신세계와 접촉 시작

5월초 신세계에 지분 전량 매각 원칙적 합의

5월22일 신세계와 지분 매각 본계약 체결

자료: 월마트,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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