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금융 콘퍼런스 개막]그린스펀 ‘역시 비싼 입’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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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국제금융 콘퍼런스’가 열린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오전 9시 20분이 되자 사람들이 갑자기 수첩과 볼펜을 꺼내며 부산해졌다. 200인치쯤 되는 커다란 스크린에 감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단정히 맨 노인이 등장했다. 앨런 그린스펀(80·사진). 올해 1월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미국 워싱턴 집무실에서 연설했고 서울로 위성을 통해 전달됐다. 그린스펀은 한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입’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미국과 세계경제가 출렁거렸다. 그의 입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움직였지만 정작 연봉으로는 18만 달러(약 1억7215만 원)를 받았다.

하지만 은퇴한 그린스펀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입’이 됐다.

그린스펀의 강연료는 계약상 비밀. 하지만 미국 언론은 2시간에 평균 15만 달러(약 1억4250만 원)를 받는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자신의 회고록을 펴낼 출판사와 850만 달러에 계약해 화제가 됐다.

행사를 주최한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강연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그린스펀의 연설 모습을 찍는 것도 금지됐다. 이날 그린스펀의 발언 가운데 특별한 건 없었다. 서울은 동북아 금융 허브로서의 잠재력이 높으며 외국인투자가와 내국인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전 경제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특별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외국인투자 위해선 안전한 서울 확신줘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미국 뉴욕 시장이 1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 국제금융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 금융도시로서 서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연합뉴스

“서울은 세계적인 금융센터로 성장하는 데 대단한 잠재력(great potential)을 가졌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미국 뉴욕 시장은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 국제금융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국제 금융도시로서 서울의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는 2002년 9·11테러 당시 뉴욕 시장으로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하면서 현재 유력한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로 떠오른 인물.

줄리아니 전 시장은 서울이 역사적으로 안전한 도시이며 첨단·과학기술과 관련한 인적자원이 풍부해 금융센터로 성장할 만한 토대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기 위해서는 △테러나 자연재해로부터의 물리적 안정성 확보 △합리적인 규제 △경쟁력 있는 세제 △내·외국인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제도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십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뉴욕을 세계적인 금융센터로 발전시킨 일등공신 가운데 한 명인 그는 “금융산업을 키우는 것은 도시를 성장시키는 방법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뉴욕은 9·11테러가 발생하기 전부터 탄저균, 핵폭탄 등 어떤 비상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는 ‘사업 연속성 계획’을 갖추고 있었고 뉴욕증권거래소가 9·11테러 뒤 며칠 만에 복구된 것도 이런 시스템 덕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서울은 뉴욕에 비해 범죄는 적지만 테러, 자연재해 등 어떤 상황에도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외국인투자가에게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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