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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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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6일 국내 재벌 계열사 4개 가운데 1개가 이른바 ‘문제성 주식 거래’를 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이날 발표한 ‘38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 거래에 대한 보고서’에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38개 재벌 계열사 773개 가운데 250개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변동에서 64개(25.6%) 회사가 70건의 ‘문제성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회사 기회 편취(지배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가로채는 것) △지원성 거래 △부당 주식거래 등을 문제성 거래로 분류했다.
▽4대 재벌이 심각=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그룹(GS, LS 포함), SK그룹 등 4대 재벌 57개 계열사의 ‘문제성 거래’ 비율은 40.4%(23건)로 그룹당 6건 정도다. 5∼38위 그룹의 문제성 거래는 모두 47건으로 그룹당 1.4건이었다. 비상장회사의 문제성 거래는 53건으로 상장회사(17건)의 3배 이상을 웃돌았다. ▽회사 기회 편취=회사 기회 편취는 모든 재벌에서 다양하게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글로비스와 SK그룹의 SK C&C, 신세계그룹의 광주신세계, 조선호텔의 베이커리 등은 총수 일가가 계열사의 기존 사업 부문을 분할하거나 새로 회사를 만들어 모(母)회사의 이익을 빼앗았다고 참여연대는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지배주주인 정몽구(鄭夢九) 회장 부자는 2001년 100% 출자해 설립한 운송·복합물류회사인 글로비스의 배당수익으로 133억여 원을 얻었으며 일부 지분을 매각해 1000억여 원, 거래소 상장으로 4000억여 원의 평가이익을 얻었다.
정 회장 부자는 2002년 10월 토목공사업과 건축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상장회사 엠코의 지분 60%를 확보했다. 이후 엠코는 현대차, 기아차 등 관계사에서 매출액의 98% 이상을 올려 지배주주에게 안정적인 부를 제공했다.
참여연대는 “거의 모든 재벌에서 지배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뺏은 사례가 발견됐다”며 “이는 현행 상법과 세법의 허점을 악용한 불법 경영권 승계 수법이 광범하게 진행된 증거”라고 말했다.
▽지원성 거래와 부당 주식거래=현대차그룹의 엠코와 대한전선 계열사인 삼양금속 등은 기존 계열사와 사업 연관성이 적은 회사를 설립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취득하는 ‘지원성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사가 불공정 가격으로 총수 일가와 주식을 거래하거나 사업 관련성이 없는데 총수 일가의 회사에 출자하는 부당 주식거래도 삼성의 에버랜드와 SDS, 두산의 ㈜두산 등에서 나타났다.
주로 규모가 큰 상장 계열사에서 나타나는 부당 주식거래는 LG화학이 1999년 6월 29일 70%의 지분을 구본준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주당 5500원의 낮은 가격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LG화학 측은 ‘유동성 제고’가 필요해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으나 같은 날 LG화학이 총수 일가로부터 LG유통과 LG칼텍스정유의 주식을 고가에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참여연대는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기업 지배구조 왜곡이 심각하다”며 “자회사 경영진이 부당거래를 할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재벌그룹의 문제성 거래 현황 (단위: 건) | ||||||
| - | 계열사 | 분석회사 | 문제성 거래 | |||
| 기회 편취 | 지원성거래 | 부당주식거래 | 합계 | |||
| 4대 재벌 | 183 | 57(100.0) | 10(17.5) | 2(3.5) | 11(19.3) | 23(40.4) |
| 삼성 | 62 | 17 | 2 | 0 | 8 | 10 |
| 현대차 | 28 | 13 | 4 | 1 | 0 | 5 |
| LG | 43 | 20 | 1 | 1 | 2 | 4 |
| SK | 50 | 7 | 3 | 0 | 1 | 4 |
| 5~10대 재벌 | 137 | 45(100.0) | 4(8.9) | 1(2.2) | 2(4.4) | 7(15.6) |
| 11~20대 재벌 | 183 | 64(100.0) | 8(12.5) | 6(9.4) | 5(7.8) | 19(29.7) |
| 21대 이하 재벌 | 270 | 84(100.0) | 8(9.5) | 11(13.1) | 2(2.4) | 21(25.0) |
| 전체 | 773 | 250(100.0) | 30(12.0) | 20(8.0) | 20(8.0) | 70(28.0) |
| 괄호 안은 검토대상 회사 수 대비 문제성 거래 건수의 비율. 4대 재벌의 LG는 GS와 LS를 포함.5∼10대 재벌(롯데, 한진, 한화,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두산).11∼20대 재벌(동부, 현대, 신세계, CJ 등 10개 그룹).21대 이하 재벌(현대백화점, KCC 등 16개 그룹). 자료: 참여연대 | ||||||
■ 반발하는 재계 “재탕-삼탕 내용 反기업 부추겨”
참여연대가 발표한 ‘38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거래에 대한 보고서’에 대해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뿐”이라며 반응을 아꼈다.
하지만 경제단체와 기업 임직원들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사정당국의 수사나 조사를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을 참여연대가 재탕 삼탕 식으로 거론해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처음으로 참여연대에 의해 문제가 제기된 신세계는 “당시 현실을 무시한 악의적 재단(裁斷)”이라며 반발했다.
삼성그룹은 “삼성 관련 부분은 이미 다 공개된 것으로 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어서 논평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LG그룹도 “관련 사안으로 법원에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돼 계류 중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언급하지 않았다.
SK그룹과 두산그룹 등은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이미 시정됐거나 개선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검찰의 대대적 수사를 받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글로비스와 엠코 등 계열사 문제가 거론되자 수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대주주의 광주신세계 주식 배정 등이 거론된 신세계는 “외환위기 당시 유상증자 물량이 실권돼 부득이 대주주가 증자에 참여했던 것”이라며 “당시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대주주를 지원했다고 단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난했다.
경제단체들도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임원은 “이미 공개된 10년 전의 일까지 다시 끄집어내 발표하는 것은 흠집 내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된 시점에서 과거의 일을 현재의 잘못처럼 발표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한 임원은 “참여연대의 데이터에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기밀자료를 근거로 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데이터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보고서를 신뢰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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