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관련 고발 사건을 내사하던 검찰은 30일 론스타의 자회사 2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론스타의 비리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국내에 진출한 해외투기자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면 수사 착수 의미=론스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잘 계획된 군사작전과 같았다.
비리를 입증할 증거를 찾기 위해 자회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이 하루 만에 론스타를 에워싸듯 수사에 나선 이유는 탈세와 외화도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한 단서를 상당 부분 확보했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자회사 2곳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는 검찰의 소명이 충분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의 인수자로 결정된 상황에서 시간을 끌다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날 수 있다는 점도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 꼽힌다.
▽수사 속도와 강도 높아진다=검찰은 공식적으로는 “론스타 수사가 급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세와 외화도피 혐의를 밝혀 내기 위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를 차례로 소환하는 수순이 예상된다.
그러나 론스타 수사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많다. 이미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동향을 지켜봐 가며 수사를 가급적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 감사원과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재록(金在錄·46·구속) 씨가 정관계 로비를 벌인 단서가 나오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록 씨, 외환은행 매각 관여?=2002년 당시 이강원(李康源·현 한국투자공사 사장) 외환은행장은 최소 5000억 원 이상의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씨티은행과 ABN암로 등 외국 금융회사는 외환은행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모두 거절했다.
이때 김 씨가 이 씨에게 “그럼 내가 투자대상을 한번 알아봐 주겠다”고 제의했고 실제로 투자기관을 물색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금융회사 등 전략적 투자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때문에 외환은행을 외면했고 관심을 보인 곳은 뉴브리지캐피탈과 론스타 등 2곳뿐이었다”며 “뉴브리지는 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의사가 없어 중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투자 후보로 뉴브리지와 론스타로 압축되고 최종적으로 론스타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김 씨가 관여할 여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김 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론스타 관련 사건 | ||
사건 | 내용 | 검찰 수사 상황 |
외환은행 헐값 매각 | 론스타가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도록 했다는 의혹.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가 통계수치를 조작해 외환은행을 실제보다 부실한 금융기관으로 평가했다고. | 론스타 사건의 핵심. 대검 중수부는 감사원의 감사과정 봐가며 수사 착수 시기 결정. |
탈세 | 과세 자료를 숨기고 국내 투자 소득을 조세피난처 소재 은행계좌로 직접 송금해 147억5000만 원의 세금 포탈. | 30일 본격 수사 착수. 미국에 있는 스티븐 리 전 대표에 대해 체포영장. 범죄인 인도 청구하기로. |
외화 도피 | 론스타 자회사가 용역비 860만 달러를 론스타 해외법인에 6차례 불법 지급했다는 내용. 금감위가 올해 2월 검찰에 통보. | 30일 자회사 압수수색과 함께 본격 수사 착수. |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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