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배구조 개선했는데 사냥감 되다니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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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는 지난 2년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의해 ‘기업지배구조 최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이 회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극찬한 바 있다. 그런 KT&G가 미국의 ‘기업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은 칼 아이칸 씨의 경영권 장악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대상이 돼 경영권 방어에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물론 2003년 외국 자본 소버린에 매수된 SK㈜나 요즘 KT&G가 공격 대상이 된 근본 이유는 비효율 경영 탓에 주가가 싸다는 점이다. 또 자본시장이 개방된 마당에 자본의 국적(國籍)을 따져 ‘국내 우수 기업이 외자에 먹힐지 모른다’고 흥분할 일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적대적 M&A 가능성이 ‘주주를 위한 경영’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비효율 기업들이 필요 이상의 보호막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다.

문제는 외환위기 직후 주주의 권리를 강조하는 미국식 기업지배구조가 도입되면서 적대적 M&A 시도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방어 수단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경영권 공격은 쉬운 반면 방어는 어렵게 된 것이다. 외자에만 M&A의 기회를 주는 것도 역(逆)차별이다.

당하는 기업으로선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공격 대상이 된 뒤 정상적인 업무는 미뤄두고 경영권 방어에만 매달렸다”는 것이 SK㈜의 경험담이다. 경영권 위협을 받으면 경영진이 주주 배당을 늘리고 단기 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하는 부작용도 있다.

정부는 일부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아 가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 사외(社外)이사 확대, 동일인 소유 지분 제한,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규제 등의 대기업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나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는 만능이 아니다. 투명경영, 효율경영이라는 목표보다 투명한 소유구조나 지배구조의 모양 갖추기 등 수단이 더 강조돼 정부와 대기업 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지배구조 개선 등 대기업에 대한 덩어리 규제를 풀어 웬만한 것은 기업의 선택과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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