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8000억 원’ 미래 위해 투자해야

  • 입력 2006년 2월 1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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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가 사재(私財) 8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하자 정부 부처,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이 침을 삼키는 모양이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저소득층 지원은 재정에서 하는 것이 옳다. 8000억 원은 큰돈이지만 연간 50조 원이 넘는 복지예산(올해 54조7000억 원)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삼성 측은 돈의 용도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민단체에 맡긴다고 했지만 꼭 그럴 일은 아니다. 정부와 사회는 기부자 측의 희망을 타진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몇몇 시민단체가 설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재계(財界)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사회 공헌에 대한 기업계의 동기(動機) 유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이 기금이 소모성 자금으로 쓰인다면 가치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보다는 나라 전체의 장래를 위한 값진 씨앗이 됐으면 한다. 예컨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인재 양성과 기술 발전 등에 쓰였으면 하는 것이다. 또는 대한민국의 바른 진로(進路)와 비전, 장기적 국가전략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해 제시할 수 있는 ‘싱크 탱크’의 설립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의 일부를 저소득층을 위해 쓰더라도 나눠 주기 식으로 소진하기보다는 교육 지원을 통해 빈곤의 세습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을 찾아야 한다.

8000억 원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 및 시민단체 등의 의식수준과 이른바 ‘코드’도 드러나겠지만 이들이 나눠 갖기 식으로 접근한다면 건전한 기부문화를 꽃피우기 어렵다. 돈을 벌어서 내놓는 쪽이 보람과 명예를 느낄 수 있어야 기부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들이 삼성을 보면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기업은 열심히 벌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애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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