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株 짧은 연애는 해도 결혼까지는…

  • 입력 2006년 2월 8일 03시 10분


코멘트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최고 화두(話頭)는 인수합병(M&A)이다.

화제의 중심은 KT&G. KT&G 지분을 6.59% 확보한 미국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씨는 6일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며 경영권 공략에 나섰다.

하나로텔레콤도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 시스템(IP VOD) 서비스 전문 업체인 셀런TV를 인수해 M&A 열풍에 동참했다.

투자자들로서는 주요 상장기업의 지분 구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M&A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영향을 미쳐 주가도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 M&A는 단기 변화일 뿐이다

KT&G 주가는 아이칸 씨의 지분 확보 소식이 알려진 후 하루 만에 10% 가까이 급등했다. 하나로텔레콤 주가도 M&A를 발표한 6일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아이칸 씨의 의도가 경영권 확보보다는 주가를 올리는 데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쏟아지면서 KT&G의 주가는 7일 6.53% 떨어졌다. 하나로텔레콤 주가도 이날 0.7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M&A 가능성이 있는 회사라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를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 임춘수 리서치센터장은 “M&A에 대한 소문이 있으면 일단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이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무리 현재 가치가 높은 기업이라도 어떤 회사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너지 효과가 달라진다는 것.

그는 “M&A 가격이 어느 정도에서 논의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너무 비싼 가격에 체결된 M&A라면 두 기업 모두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위원은 “투자자가 볼 때 M&A 대상 기업은 짧은 연애는 가능해도 오래 사귀어 결혼에 이르기는 어려운 상대”라고 비유했다.

M&A가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을 부풀려 잠깐 주가를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가치까지 변화시키는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지금 M&A 매물로 나와 있는 기업들의 주가는 합병 후 변화에 대한 기대감까지 충분히 반영돼 있다”며 “경영권을 다투는 당사자 간의 관심사에 투자자가 지나치게 신경을 써서 주가를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작전세력에 주의하라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이 높아 많은 기업이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A 위협에 노출돼 있는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SK, 제일모직 등 대주주가 뚜렷하지 않은 기업들이 꼽힌다. KT, KT&G, 포스코 등 민영화 과정에서 최대 주주가 등장하지 않은 기업들도 거론된다.

임 센터장은 “아직 국내에서 적대적 M&A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며 “돈으로 살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적대적 M&A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정서와 해당 기업 직원들의 반감이 큰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얼라이언스캐피털파트너스 남강욱 부사장은 “KT&G에 대한 적대적 M&A 우려는 성급한 감이 있다”며 “최근 부쩍 M&A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을 노려 코스닥시장에서 M&A를 가장한 작전세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