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대출금 64% 수도권에 풀렸다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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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재개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생애최초 대출)’을 통해 연말까지 약 1조 원의 돈이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5500만 원가량이지만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본보 취재팀은 건설교통부가 강길부(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생애최초 대출 시도별 지원 실적’ 자료를 단독 입수해 분석했다.

생애최초 대출은 전용면적 25.7평(85m²) 이하 주택을 생애 처음으로 구입할 때 정부가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을 통해 연 5.2%의 금리로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빌려 주는 제도. 31일부터는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 원 이내로 요건이 강화됐다.

○주택담보대출의 40% 차지

생애최초 대출이 지난해 11월 7일 재개된 이후 연말까지 1만7567명이 총 9755억 원을 빌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 12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2조9012억 원)의 33.6%에 이른다. 대출이 7일부터 재개된 데다 신청 이후 대출이 이뤄지기까지 3∼5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40% 이상이 생애최초 대출을 통해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담보물건(대출을 통해 산 주택) 소재지 기준으로 생애최초 대출의 63.9%는 주택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기와 서울에 집중됐다.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102.2%이지만 서울은 89.2%, 경기는 95.8%이다.

반대로 대출자 주소지 기준으로 58억 원(0.59%)이 풀려 생애최초 대출 이용실적이 가장 저조한 전남은 주택보급률이 126.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61억 원(0.62%)이 대출된 강원의 주택보급률도 120.1%로 전국에서 3위.

1인당 대출금액도 서울과 경기가 각각 7500만 원, 6200만 원으로 평균치보다 많았고 강원(2000만 원)과 전남(2500만 원)은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내 집 마련 수요는 주택보급률이 낮은 지역에 많다”며 “생애최초 대출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받아 전세에서 내 집으로

서울에서는 강서 노원 구로구, 경기에선 고양 화성시 등에 생애최초 대출이 집중됐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전세금과 집값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노원구 상계동 25평형 아파트의 매매가는 1억2000만 원 안팎이고 전세금은 8000만 원 정도로 4000만 원가량 빌리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국민은행 노원지점 한갑희 과장은 “전세를 사는 30대 중반 이상 고객이 이 기회에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생애최초 대출을 많이 신청했다”고 전했다.

반면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서민 밀집지역인 서울 금천 강북구 등은 이용 실적이 저조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생애최초 대출은 금리가 연 5.2%로 낮지만 이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등도 생애최초 대출이 적었다. 집값이 너무 비싸 최대 1억5000만 원을 대출 받더라도 집을 살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출 많은 지역 부동산값 들썩

생애최초 대출로 거래가 활발했던 지역은 아파트 값도 대체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생애최초 대출자들이 집을 많이 산 전국 12개 시구의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 월별 가격동향을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11개 지역에서 지난해 11, 12월에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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