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너희가 페어플레이를 아느냐?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42분


강동영 기자
강동영 기자
KTF는 올 추석을 앞두고 9월 1일부터 추석 명절 선물 반송센터를 운영했다. 협력사들이 직원들에게 보낸 명절 선물을 모아 불우 이웃들에게 나눠 주기 위해서다.

대구은행도 이번 추석에 ‘깨끗하고 따뜻한 추석 명절 보내기 캠페인’에 나섰다.

캠페인의 실천 키워드를 ‘깨끗함’과 ‘따뜻함’으로 삼고 ‘임직원 간에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고객에게서 선물 안 받기’, ‘어려운 이웃 돕기’ 등을 주요 세부 실천사항으로 정했다.

이 은행은 거래 업체에 ‘추석 선물 안 보내기’에 협조해 달라는 편지도 보냈다.

두 기업의 사례처럼 이제 윤리(倫理) 경영은 국내 기업들에 보편적인 ‘경영 키워드’로 정착하고 있다.

○ 윤리경영 없이 글로벌 기업은 없다

윤리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국제무대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UR)로 전 세계 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1997년 그린라운드(GR) 이후 환경 및 공해 문제가 부각되면서 윤리경영이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올랐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1995년부터 뇌물방지협약 등 국제적인 윤리라운드(Ethic Round)를 추진했다. 비윤리적인 회사와 거래하지 않는 등 윤리 기준을 표준화하자는 것.

윤리라운드를 주도한 미국은 2001년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의 90% 이상이 기업윤리 시스템을 구축했고, 84%가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기업윤리가 정착 단계에 들어갔다.

○ 국내 기업도 윤리 프로그램 도입

이제 국내 기업에도 윤리경영은 필수다. ‘도입하느냐, 마느냐’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

국내 기업의 상당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문을 닫거나, 공장을 가동해도 영업실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경영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 경영의 불투명성이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부각됐다.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경영 투명성을 갖춘 조직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앞 다퉈 윤리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999년 국제상거래 뇌물방지법 제정, 1999년 반부패 특별위원회 구성, 2001년 부패방지법 제정 등 정부의 노력과 함께 기업들도 윤리헌장과 윤리경영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각종 윤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월 실시한 최고경영자(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164개)의 62%가 윤리경영헌장(강령)을 보유하고, 31%는 윤리경영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또 응답 기업의 60%는 임직원에게 윤리경영 교육을 실시했다.

○ 윤리경영과 브랜드 가치는 동전의 양면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 P&G는 ‘뉴욕타임스 룰’을 행동규칙으로 삼고 있다.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라도 그것이 뉴욕타임스의 머리기사로 나왔을 때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분식회계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는 등 기업윤리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졌지만 국내에서도 윤리경영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전경련은 “윤리경영은 기업의 이해관계자(소비자, 투자자, 시민사회, 정부)로부터 신뢰와 자율성을 보장받는 전제조건”이라며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은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윤리경영과 이직률▽

사원들이 그들의 회사가 윤리경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회사를 떠나지 않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6배나 높다. 그러나 상사의 의사결정을 불신하고 소속 회사의 기업 활동에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 5명 중 4명은 곧 직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 직장 내 충성도 연구기관, 워커 인포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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