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을 확보하라” LG 공격투자 나서나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LG그룹이 보유 지분 매각과 국내외 자금조달을 통해 꾸준히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새로 비축한 금액만도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실탄’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기존의 전자와 화학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 재편하겠다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관측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잇따르는 계열사들의 현금 확보

경기 파주시에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는 LG필립스LCD는 올해 4월과 7월 해외에서 총 1조6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4월에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4000억 원을 끌어온 데 이어 7월에는 미국에서 1조2000억 원어치의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했다.

LG전자는 대주주 지분이 많아 유동주식이 적은 LG필립스LCD 지분 2.8%를 7월 중순경 외국인투자가에게 팔아 4000여억 원의 현금을 비축했다. 지주회사인 ㈜LG는 유상감자(減資)를 실시키로 한 오티스LG엘리베이터 보유 주식 전량(159만2000주)을 3300억 원에 팔기로 결정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국내외에서 이런저런 형태로 확보한 현금은 모두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 재무구조 개선 명분 속 신규사업 대비 포석

LG그룹은 현금 확보의 이유로 ‘파주 LCD 공장 투자(LG필립스LCD)’와 ‘재무구조 개선(LG전자와 ㈜LG)’을 들고 있다.

㈜LG 재무팀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선 당장 현금이 있다고 해서 투자할 곳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우선 빚 갚는 데 사용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G의 부채비율은 24.3%에 불과해 지분매각을 통해 얻은 돈을 빚 갚는 데 쓸 경우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언제든지 사업기회만 보이면 막대한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포석을 다져놓은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기회만 생기면 지주회사인 ㈜LG 차원에서 차입 등을 통해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현금만도 3조 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 M&A-신규투자처 발굴 양면전략… 재계 촉각

LG그룹은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GS그룹과 LS그룹이 계열 분리된 뒤 외형이 크게 줄었다. 건설 정유 유통 등 대부분 현금 장사인 GS 계열사에 비해 전자와 화학 중심의 LG는 상대적으로 ‘캐시 카우(cash cow)’ 역할을 하는 사업이 적다는 평도 듣는다.

따라서 LG가 어떤 형태로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노력을 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새로운 사업 확장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LG 고위 관계자는 “전자와 화학이라는 양대 축을 굳건히 하면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기회를 계속 엿보고 있다”면서 “우량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신규 사업에 진출할지, 아니면 통신사업을 강화할지 여부에 대해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LG 측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자본시장 주변에선 LG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여전히 나돌고 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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