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한국 최고는 세계 최고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2분


《올해 1월 16일 미국 뉴욕 주 오스웨고 카운티에 사는 돈 윌리엄스 씨는 눈길 주행 중에 차량 전복 사고를 당했다. 몸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애지중지하던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을 잃어버렸다.

사고 현장을 샅샅이 뒤졌으나 눈 속에 파묻힌 휴대전화를 찾지 못했다. 윌리엄스 씨는 3월 중순 눈이 녹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장을 다시 찾았고 물에 흠뻑 젖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휴대전화를 말린 뒤 30분간 충전을 했다.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그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과거 통화기록이 고스란히 보존된 것은 물론 통화와 메시지 전송 등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

종합화학소재기업인 도레이새한은 지난해 한국표준협회가 주는 국가품질상 가운데 최고상인 한국품질대상을 받았다. 이 회사의 폴리에스테르 필름공장 조정실에서 한직원이 품질 결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공정을 살피고 있다. 사진 제공 도레이새한

그는 3월 말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에 애니콜의 성능을 극찬하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고 이는 애니콜의 품질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품질경영은 기업경영의 영원한 숙제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도 품질 경쟁력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제품뿐 아니라 경영 전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정비와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민간 컨설팅업체들은 품질경영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각종 포상 및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 전문회사인 현대모비스는 ‘모비스 Q-아카데미(품질대학)’라는 사내 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기법을 알려주고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2002년 설립 후 지금까지 이 과정을 이수한 사람은 6300여 명에 이른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품질경영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대모비스는 이달 초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는 ‘대한민국경영품질대상’ 종합대상을 받았다. 2010년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10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품질경영 체제를 구축한 것이 인정을 받은 셈.

현대모비스와 함께 종합대상을 공동 수상한 기업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 회사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가장 먼저 만들고(World First), 이미 있는 제품이라면 가장 좋게 만든다(World Best)’라는 목표를 세우고 애니콜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삼성코닝정밀유리는 ‘고객이 만족하지 않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품질경영의 기본원칙을 세우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는 점이 평가돼 품질경영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한 몫

한국표준협회에서도 품질경영 활동에 공을 세워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국가품질상’을 주고 있다.

1975년부터 시작됐으며 지난해까지 모두 367개 기업이 국가품질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종합화학소재기업인 도레이새한이 국가품질상 가운데 한국품질대상을 받았고 태평양과 유라, 쿠쿠전자, KT 등이 품질경영상을 수상했다.

한국표준협회는 현장 근로자 가운데 품질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많은 사람을 선발해 ‘품질 명장’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1109명이 품질 명장 호칭을 얻었다.

해외에서도 품질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기업의 품질경영이 국가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국가품질개선법을 근거로 ‘말콤볼드리지 국가품질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학기술연맹과 유럽품질재단도 각각 ‘데밍상’과 ‘유럽품질상’을 주고 있다.

○서비스산업도 품질경쟁력이 관건

품질경영은 서비스산업에서도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됐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고품질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제공되는 교육과 의료, 관광 등 고급 서비스산업의 ‘품질’에 불만을 느껴 한국을 떠나는 소비자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서비스산업의 품질 경쟁력 확보는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때문에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2001년부터 서비스품질 우수기업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기업을 정부가 인증한 뒤 △중소기업청의 지식기반서비스 육성자금 지원 △조달청 일반용역 적격심사의 신인도 평가 △신용보증기금 및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심사 우대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인증대상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백화점과 택배, 병원, 여행사, 빌딩관리업, 콜센터 등 50개 서비스업종.

인증 유효기간은 2년이며 기간이 만료되면 재평가를 통해 인증기간을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농수산홈쇼핑, 금호렌터카, KT 고객서비스센터, 제주그랜드호텔 등 8개 업종의 35개 업체가 인증을 받았다.

기술표준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유아교육기관, 전시·행사 대행업, 건축 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 등 3개 업종을 추가해 인증대상 업종을 53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다음 달 25일 제1회 서비스품질향상촉진대회를 열고 서비스 품질 우수기업에 포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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