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6시그마’…제품 100만개 중 불량품 3,4개로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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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는 2000년 5월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6시그마 챔피언의 날’로 정해 전사 차원의 회의를 연다. 국내 다섯 개 사업장의 모든 임원 및 팀장급 간부 80여 명이 참석해 6시그마 월별 목표를 점검하고 우수 사례를 발표한다. 사진 제공 삼성SDI
삼성SDI는 2000년 5월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6시그마 챔피언의 날’로 정해 전사 차원의 회의를 연다. 국내 다섯 개 사업장의 모든 임원 및 팀장급 간부 80여 명이 참석해 6시그마 월별 목표를 점검하고 우수 사례를 발표한다. 사진 제공 삼성SDI
《10년 전 한국에 상륙한 ‘6시그마 운동’이 무섭게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6시그마는 제품 100만 개 가운데 불량품이 3, 4개에 그칠 정도(합격률 99.99966%)의 좋은 품질을 뜻한다.

6시그마 운동은 생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함의 원인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원인을 제거하는 제품 무결함 운동부터 인사 및 조직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혁신 활동까지 깊이와 폭을 넓혀 가고 있다.

민간기업 외에 정부 부처나 투자기관 등 공공 부문도 6시그마 운동의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넓어진 외연만큼 질적인 도약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6시그마는 이제 경영혁신 기법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996년 국내 최초로 6시그마 운동을 시작한 삼성SDI는 2000년 5월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6시그마 챔피언의 날’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열리는 회의에는 국내 다섯 개 사업장의 모든 임원 및 팀장급 간부 80여 명이 참석해 6시그마 운동의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한다.

회의는 월별 목표를 점검하고 우수 사례를 발표하는 한편 제기된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전문가의 특강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회사 김순택 사장은 지금까지 53차례 진행된 회의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김 사장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신규 사업 분야에서 단기간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6시그마 덕분”이라고 말했다.》

● 제조업에서 금융, 연구개발 분야로 확산

철강 회사인 포스코는 지난해 1800여 개의 경영 혁신 대상 과제에 6시그마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얻은 유무형의 이익이 4900억 원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KT 역시 2003년 5월 6시그마 방식을 도입한 이후 2500여 개의 과제를 달성해 3494억 원의 재무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도 대기업들이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내면서 금융, 연구개발 등의 분야도 앞 다퉈 6시그마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 분야에선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생명, 화재, 카드, 증권)와 동부화재 LG화재 등이, 연구개발 분야에선 삼성종합기술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생산기술연구원 등이 품질경영의 일환으로 6시그마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 검찰이 웬 6시그마?

검찰도 올 7월 6시그마 운동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지난해 10월 대구지검이 6시그마 방식을 도입해 민원인 서류 발급과 사건 배당 시간을 줄이는 성과를 나타내자 김종빈 검찰총장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도 추진을 지시한 것.

검찰은 정상명 대검 차장 직속으로 6시그마를 총괄하는 혁신추진단을 구성한 데 이어 7월 22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강사로 초청해 ‘포스코의 경영혁신, 그 즐거운 변화’라는 강연을 들었다.

정 차장은 “검찰의 업무를 혁신해 수사의 효율성과 민원인의 편의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민원인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정부투자기관인 한국도로공사는 2003년 6월 6시그마방식을 도로 건설과 운전자 서비스 분야에 도입했다.

윤성호 전략경영팀 과장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영업소 등을 소비자 중심으로 리모델링하는 데 6시그마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보다 앞선 2000년 6시그마 운동에 동참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지하철공사 등 철도운송 관련 공기업들도 이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 협력 중소기업에도 전파

6시그마 운동은 중소기업에도 전파되고 있다. 성과를 본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고 있는 것.

삼성SDI와 함께 1996년 6시그마를 도입한 LG전자는 협력 중소기업들과의 상생 경영을 위해 10년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전수키로 했다.

삼성SDS와 LG텔레콤 등도 협력회사에 6시그마 방법론을 전파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동부그룹은 올해 초 6시그마 운동을 22개 전 계열사로 확대하고 ‘사람과 시스템, 기업문화’ 전반에 대한 경영 혁신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특히 중요한 경영과제인 인재 양성을 위해 인사관리 시스템 전반을 경영혁신의 차원에서 개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고의 틀’로 정착시킬 때

삼성경제연구소 배영일 수석연구원은 “6시그마 운동은 한국에 상륙한 뒤 기업 경영 혁신 활동의 대명사가 됐다”며 “이를 도입한 기업들은 추진 조직을 체계화하고 방법론을 정교하게 만들어 적용 영역을 확대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기업의 체질과 문화에 맞게 6시그마를 적용해야 한다”며 “외형적인 분석도구나 기법이 아니라 경영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전사가 공감하는 정신적인 주춧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6시그마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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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

지난해 4월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는 현대자동차의 초기 품질지수 조사 결과가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자 그 충격을 이같이 전했다.

현대차의 품질경영이 ‘한국 차는 그저 그런 싸구려 차’라고 얕보던 글로벌 기업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20세기 이전의 품질관리는 가내 수공업의 장인들 몫이었다. 20세기 들어서 근대적인 기업과 공장이 등장하면서 품질관리의 몫은 개인에서 기업으로 옮아갔다.

1930년대 대량생산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통계의 원리를 응용한 품질관리 기법이 처음 도입됐다. 표본 추출검사를 통해 제품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통계적 품질관리(SQC)’가 등장한 것.

생산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모든 제품을 일일이 검사하는 전수(全數) 검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군수물자의 안정된 생산을 위해 도입된 SQC는 민간 부문으로 퍼져 나갔다.

1950년대에는 공정에 국한된 품질관리가 경영 전반으로 확대됐다. 제품의 설계 단계부터 원자재 구입, 공정 설계, 생산, 판매, 사후 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전사적 품질관리(TQC)’ 기법이 등장한 것이다.

미국식 품질관리 기법을 배워 품질경영을 꽃피운 것은 일본 기업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기업들은 전사 차원의 경영혁신 기법인 ‘전사적 품질경영(TQM)’ 모델을 수립해 ‘메이드 인 재팬’ 신화를 일궜다.

최고경영자(CEO)가 품질 수준을 설정하고 결과를 평가하며 분임조 등을 구성해 종업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전사 차원의 품질경영을 추진한 것이다.

1980년대 미국 기업은 ‘6시그마’로 반격에 나섰다. 당시 미국의 무선통신기기업체 모토로라는 일본 기업의 품질향상에 자극 받아 ‘5년 만에 10배의 품질개선’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자 모토로라는 향후 2년마다 10배의 품질개선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도입된 게 6시그마 기법.

1995년 제너럴일렉트릭(GE)은 6시그마를 경영혁신 운동으로 발전시켰다. 제품의 품질 개선에 한정하지 않고 생산성, 제품 설계, 고객 서비스, 일하는 방식 등 경영 전반의 숨은 결함을 찾아내 개선해 나갔다.

GE의 성공은 6시그마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2005년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6시그마를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 계획을 밝힌 기업은 200개를 웃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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