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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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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미국산 자동차를 꼭 빼닮았어도 엔진 출력은 형편없었다. 언덕도 제대로 못 오른다는 조롱이 흘러나왔다.
도요타의 무모한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현재 도요타는 세계 정상 정복을 눈앞에 둔 자동차 메이커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수십 년간 세계 자동차업계 ‘부동의 1위’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그런 GM은 얼마 전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기업으로 추락했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고된 상태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두 회사의 엇갈린 위상은 품질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GM은 지난해에만도 판매된 차보다 더 많은 차량을 리콜해야 했다. 도요타는 ‘도요타 생산방식(TPS)’이라는 독특한 품질경영 이론을 내놓을 정도로 품질경영에 매달렸다.
품질은 기업이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과 더 나아가 번영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 품질경영이 언제나 주목을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품질은 기본”… 본질에 충실하기
경영자들이 품질경영을 실천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높은 품질은 많은 투자, 고비용을 뜻한다. 경영자들은 비용과 이익의 증가가 같아질 때까지만 품질을 향상시키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상식’은 시장의 경험을 통해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경영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품질은 기대 이상의 가치를 내재한다. 품질 개선의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손해인 듯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이익을 창출한다.’
무엇보다 질이 낮아 발생하는 유·무형의 손실은 막대하다. HP 등 미국의 주요기업들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전체 수입의 25∼30%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품질경영은 최고경영자의 핵심요소
품질경영은 생산라인에서 무작위로 골라낸 제품을 검사하고, 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협의의 개념은 오래 전에 뛰어넘었다.
서비스와 프로세스의 영역에서 품질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고객의 요구를 예상해 이를 제품에 구현하는 것까지 품질경영의 외연은 확대되고 있다. 또 리더십 전략기획 인력관리 등 경영 전반에 품질경영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품질경영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생산직 노동자, 고객접점 부서, 노동조합 등 전사를 망라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품질경영 의지와 실천노력은 핵심요소로 꼽힌다.
대표적 품질경영 이론인 ‘6시그마’가 ‘생산 공정상의 무결함운동’에서 시작해 ‘인간 사고’의 범주로까지 승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품질강국 코리아(Q-Korea)의 시대로
미국은 1987년 ‘맬컴 볼드리지(MB)’ 상무장관의 이름을 딴 ‘국가품질상’을 제정하는 등 품질경영 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민간과 정부가 힘을 모아 품질업그레이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자원부는 3월 국가의 품질경영 종합계획으로 ‘품질강국 코리아(Q-Korea)’를 발표했다. 품질경영 개념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고 궁극적으로 ‘6시그마’에 견줄 수 있는 한국형 품질경영 이론을 개발하자는 취지다.
산자부 표준디자인과 박인호 사무관은 “한국이 가격의 중국과 기술의 일본이라는 품질협곡(峽谷)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품질혁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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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품질을 생각할 때 단 한가지의 중요한 것은 고객의 경험이다.
- 칼 알브레히트 /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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