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머물고 있던 김 부회장은 이날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발(發) 대한항공 KE018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정은(玄貞恩) 현대그룹 회장이 자신을 ‘비리 경영인’으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감사가 이뤄지는 과정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며 내용도 잘 모른다. 소명 기회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 직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부회장은 “현정은 회장을 보좌하는 인사들은 북한에 신뢰를 주기엔 부족한 사람들이며 대북사업을 경험 없는 사람들에게 맡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 회장과 주변 인사를 갈라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어 “비리 경영인으로 몰아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며 곁다리에서 컨설턴트 역할이나 할 수는 없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대표이사 직 복귀를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또 “북한은 내가 예뻐서가 아니라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현대그룹은 “모든 상황이 모두 끝났는데 더 남은 게 뭐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끝났고 현 회장이 대(對)국민 편지를 통해 입장을 확고히 밝힌 상황에서 그의 대표이사 직 복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대 측은 오히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김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해임된 대표이사가 기업총수에 대해 불복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대국민 편지에서 김 부회장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김 부회장이 계속 ‘이상한 행보’를 한다면 그룹의 자체감사에서 확보한 개인비리를 검찰에 고발하자”는 강경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대응이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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