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기업들 ‘베트남 南下’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19분


《레저용품을 생산하는 H사는 10여 년간 중국 선양(瀋陽)에서 공장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새 공장을 차렸다.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베트남을 새 공장 부지로 정한 것은 중국 제조업 분야의 인력난 때문. 중국의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점도 이유가 됐다. 이 회사는 중국 공장의 근로자 수를 절반가량으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H사의 한 임원은 “베트남의 인건비는 중국의 60% 수준”이라며 “특히 동남아의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종교, 문화나 노사 관계에서 이점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에 국가적, 경제적 위험이 발생할 때 닥칠 수 있는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를 회피할 대안으로 베트남이 주목받는 측면도 있다.》

KOTRA는 6일 내놓은 ‘해외진출 성공률 높은 베트남 투자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풍부한 천연자원과 노동력, 한국 문화와의 유사성 등으로 인해 베트남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 베트남 진출 ‘러시’

지난달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베트남 투자계획부와 주한 베트남대사관 주최로 ‘베트남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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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진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인의 설명과 베트남의 투자 지원정책 소개로 진행된 설명회에는 300여 명의 국내 기업인이 몰렸다. 통상적인 투자설명회 참가자의 두 배가 넘는다.

자리가 부족해 선 채로 설명을 듣던 참석자들은 “베트남이 중국에 비해 나은 점이 무엇이냐”, “국내 기업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KOTRA 호찌민 무역관 안유석 과장은 “중국 공장을 정리하고 베트남으로 진출하겠다고 상담하는 업체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투자계획부의 ‘대(對)베트남 주요국별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베트남 투자 신청액수는 약 3억8000만 달러로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미 진출한 한국기업의 투자 만족도도 높아 61%는 추가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 양질의 노동력 갖춘 수출 전초기지

베트남이 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8000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노동력.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45%가 35세 미만으로 ‘미래발전형 인력구조’를 갖췄다. 문맹률도 10% 미만이다.

2001년 미국과의 무역협정체결 이후에는 대미(對美) 우회수출 기지로서는 물론,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시장에 대한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유교 문화에 쌀을 주식으로 하는 등 한국문화와 유사한 점이 많은 데다 한류(韓流)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많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해 불법 복제품이 많고 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국민성이 느긋해져 ‘성미가 급한’ 한국인들과 다툼이 잦다.

KOTRA는 “현지 법 규정을 이해하고 경영권 마찰 가능성에 대비하는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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