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 온다”…고유가 ‘태풍’에 움츠린 세계증시

  • 입력 2005년 8월 17일 03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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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국내외 증시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고유가에 대한 낙관론보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석유 수요가 늘어난 것은 세계 경기 회복의 신호’라는 낙관론이 주류를 이루다 요즘에는 ‘이대로 가면 세계적인 에너지 쇼크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에 대한 불안으로 한국과 미국 등 세계 증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멈추고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9년 배럴당 20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면서 66달러대로 올라 있다.

○ 고유가에 대한 경고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주가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UBS 수석 경제자문역 조지 매그너스 씨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물가와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현재 유가는 1979년 가격대에 근접했지만 에너지 쇼크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고 있다”며 “세계가 결국 고유가 충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한국과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은 1∼2%포인트 감소하고,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의 GDP도 1%포인트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국제유가 수준은 버블에 가까운 급등세”라면서 “현 고유가는 어느 나라 경제도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

고유가는 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

홍 팀장은 “이런 금리 인상 경로를 통해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한국 경제와 증시가 타격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도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 “많은 석유 전문가가 고유가 상태가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 보고 있다”면서 “고유가가 심리적인 불안을 넘어 기업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유동성과 기업 실적이 주가 방어

그렇다고 국내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적립식 펀드를 비롯해 시중 자금이 꾸준히 증시로 유입되고 있고, 국내 내수경기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기업 실적도 2분기(4∼6월)를 바닥으로 하반기(7∼12월)에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고유가가 큰 변수이기는 하지만 국내 경기의 회복 속도가 아직은 유가 상승 속도보다 빠르다”면서 “특별한 재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악재와 호재가 서로 겨루면서 주가가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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