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삼성 대선자금, 검찰 고민…고민…수사 신중론 대세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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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에 담긴 삼성그룹 대선자금 관련 내용 수사에 대한 검찰의 해법은 뭘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법리 문제로 ‘불가론’이 지배적이던 검찰 내부에서 미약하지만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단서로는 쓸 수 있다”=일부 검사들은 수사 불가론의 근거가 됐던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을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독수독과’는 ‘독이 든 나무에 열린 열매도 독이 들어 있다’는 뜻으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이런 증거는 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수사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독수독과 원칙이 엄격히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도청 테이프 내용)도 간접적으로 수사의 단서로 삼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테이프 내용 자체를 증거로 삼을 수는 없지만 테이프 내용으로부터 새로운 얘기가 나오면 수사의 단서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령 검찰이 대화 당사자들을 불러 관련 정황을 들이대며 추궁하다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경우 이를 근거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것.

일선 수사 검사들은 강한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9일 단순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한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상대로 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들이대며 이 본부장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변함없다”=그렇다고 이런 기류를 테이프 내용에 대한 본격 수사 착수로 해석하긴 아직 무리다.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신중론이 우세하다.

검찰 관계자는 “독수독과 원칙을 이번 사건에 엄격히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일부 의견”이라며 “테이프 내용 자체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데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도 “도청 테이프를 갖고 수사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용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검찰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선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이 곧 이에 대한 결론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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