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총재 “한국경제 老化조짐 심각”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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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노화(老化) 조짐과 양극화를 들었다.

그는 25일 한국능률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이 공동 주최한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한국경제의 내일을 위한 설계’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총재는 “우리 경제는 아직 노화단계는 아니지만 노화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자칫하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들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임금, 주택비, 교육비, 물류비 등 고비용 저효율 현상 △근면노동 기피와 대결적 노사관계 △적게 부담하고 많이 요구하는 복지 △인구증가 정지 및 고령화에 따른 성장 동력 약화 △사회적 정책적 의사결정과정의 비효율 등을 꼽았다.

박 총재는 “독일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노화단계에 들어선 뒤에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개혁을 망설인 반면 영국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혹독한 고통을 겪으며 개혁에 성공한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이야말로 경제의 노화 위험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처방이며 선진경제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경제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4.6% 성장하면서 기업들의 가처분소득은 41% 늘었지만 개인부문의 가처분소득은 0.9% 증가에 그쳐 민간소비가 0.5% 감소했다는 점이 양극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총재는 “양극화 현상은 분명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경제의 선진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며 “단기적 대증(對症)요법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내와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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