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동아줄 더이상 안잡겠다” 홀로서기 기업 코스닥 돌풍

  • 입력 2005년 6월 3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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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은 거래소만 쳐다보는 해바라기 시장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의 말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상당수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상장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현실을 설명한 것.

실제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실적을 발표하면 ‘딸린 식구’인 코스닥 기업의 주가가 요동을 친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대기업 리스크’를 극복한 기업들이 속속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로 치고 올라오는 것.

장인(匠人) 정신으로 무장해 한 우물만을 판 기업, 과감한 신흥시장 개척으로 대기업 의존도를 줄인 기업들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나 부동산 투자 등 본업과 상관없는 사업 다각화가 유행인 요즘,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다른 코스닥 등록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 대기업 리스크를 극복한 강자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38위로 뛰어오른 에이블씨엔씨. 이 회사는 ‘3300원짜리’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앞세워 단 2년 만에 저가화장품 시장을 석권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도전적 마케팅, 거품을 뺀 1만 원 이하의 초저가 상품, 가격을 고객이 직접 정하는 파격적인 시스템 등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남기를 거부하고 대기업이 넘볼 수 없는 저가 시장을 개척해 국내 점포 261개, 해외 점포 20개로 사세를 확장했다. 올해 2월 코스닥 등록 이후 3개월 만에 시가총액 30위권에 올라선 것.

휴맥스도 3년 동안의 부진을 씻고 지난달 40%가 넘는 주가 상승률로 시가총액 13위로 올라섰다.

주가가 오른 계기는 삼성전자와의 결별. 휴맥스는 삼성전자를 통해 제조업자 생산방식(ODM)으로 미국에 셋톱박스를 수출했지만 이 계약이 지난해 말 끝났다.

휴맥스는 이 위기를 뛰어난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올해 10월부터 ‘삼성전자’라는 간판을 떼고 미국에 직접 휴맥스 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이 이 계약을 근거로 휴맥스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자 주가도 급등세로 돌아섰다.

한때 매출에서 삼성전자 납품 비중이 80%를 넘었던 휴대전화 키패드 제조업체 유일전자(시가총액 17위)도 노키아 등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해 활로를 찾았다. 반도체나 휴대전화 부품업체 대부분이 삼성전자만 쳐다보는 현실에서 유일전자는 과감한 수출전략으로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가.

독자적인 시장 개척으로 ‘대기업 리스크’를 극복한 원조로 꼽히는 NHN도 올해 30%의 주가 상승률을 보이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대기업 리스크를 극복한 기업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장인정신으로 표현할 수 있는 꾸준한 기술개발 노력. 휴맥스와 유일전자 등은 코스닥 등록 이후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기업들은 대기업이 하청을 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독자 생존할 수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도전정신. 대기업이 넘볼 수 없는 저가시장을 개척한 에이블씨엔씨와 과감한 수출전략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한 유일전자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이런 기업들은 대기업 은퇴 임원을 모셔 오는 ‘전관예우’도 거부할 정도로 실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대기업이 확보하지 못한 특별한 것을 가진 기업들이 코스닥을 이끄는 주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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