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생들 행동에 부끄럽다"

  • 입력 2005년 5월 3일 1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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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어윤대 고려대 총장으로부터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고려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이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어윤대 고려대 총장으로부터 명예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 고려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명예철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일부 학생들의 저지로 파행을 빚자, 학생 및 누리꾼(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고려대(총장 어윤대)는 2일 오후 5시부터 인촌기념관에서 학위수여식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학생 100여명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삼성그룹”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사장 입구를 막고 주최측과 몸싸움을 벌였다.

고려대는 우여곡절 끝에 오후 6시40분께 재단 이사장실에서 수여식을 약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시위를 지켜본 많은 학생들은 “너무 어이없는 행동에 고대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시위를 주도한 총학생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2일과 3일 고대 홈페이지에는 수 백 건의 글을 올라와 시위학생들을 성토했다.

‘putto24’는 “이건희 회장이 무슨 목적을 갖고 학위를 받은 것도 아닌데 학생들 몇 명이 그렇게 제지하다니… 손님에 대한 예의도 있고 학교 이미지도 있는 것”이라며 “일부 의견이 전체 학생들의 생각은 아니다”고 말했다.

‘venusbin’도 “도가 지나쳤다. 100주년 기념식까지 그렇게 될까봐 살이 떨린다. 학교 이미지나 위상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를 직접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스스로를 휴학생이라고 밝힌 ‘왕짜증’은 “그렇게 난동 부리고 나면 욕먹는 것은 전체 고대 학생이다”면서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총학생회 등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라”고 비난했다.

‘feelmani’는 “당신들 100명이 깽판 치는 동안 17000명 학우들은 고대인임을 잠시 부끄러워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고대인이 가져야 할 건전한 사회문제의식과 참여를 당신들이 가로막고 있다. 반성하라”고 성토했다.

학생들의 시위 방법을 비난하는 글도 많았다.

‘myzses’는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마치 교육제도개선을 부르짖기 위해 교육부장관 아들 결혼식에 가서 깽판 놓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이것이 정의인가”라고 꼬집었다.

'minkyu79'도 “시대는 80년대에서 2000년으로 흘렀는데 시위 모습은 변하지 않아 아쉽다”면서 “오늘 모습은 80년대 보던 것과 다르지 않다. 총학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시판에는 일부 시위학생들을 옹호하는 글도 있었지만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인터넷 게시판은 폭주하는 방문자를 견디지 못하고 3일 새벽 6시께 다운됐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3일 현재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편 고려대 어윤대 총장은 “안 받겠다는 걸 고려대가 억지로 모셨는데 이렇게 되어서 안 됐다”면서 “손님을 모셔놓고 면목이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미리 배포한 연설문에서 “급변하는 시대, 앞날의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무엇보다 뛰어난 인재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우수한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삼성은 고려대 개교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 건립비로 400억원을 기부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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