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에 영원한 고수는 없다

  • 입력 2005년 5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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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주가지수선물시장이 개장된 이후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이름을 떨쳤다가 사라졌다.

선물시장이 탄생시킨 첫 스타플레이어는 ‘목포 세발낙지’. 세발낙지는 대신증권 목포지점장 출신인 장기철 씨의 닉네임.

그는 초기 시장을 석권하면서 초대형 스타로 떠올랐으나 몇 년 뒤 큰 손실을 보고 사라졌다. 이후 몇 차례 재기를 시도했지만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동 미꾸라지’로 잘 알려진 KR선물 윤강로 대표는 8000만 원으로 1300억 원을 벌어들인 전설적인 인물. 지난해 한국선물을 인수하면서 제도권에 모습을 드러냈다.

각종 위험을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나간다고 해서 이런 별명이 붙었지만 지난해에는 5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세발낙지 및 미꾸라지와 함께 수산물 트리오로 널리 알려진 ‘홍콩 물고기’는 정체불명의 외국인투자가. 계좌 이름이 ‘송어(trout)’여서 이런 별명이 붙었다. 2000년 전후 전성기에는 하루 3000∼4000계약을 좌우하는 ‘큰손’이었지만 최근 활동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밖에 “압구정동 미꾸라지 정도는 나의 먹잇감”이라며 스스로를 ‘일산 가물치’라고 큰소리쳤던 한 개인투자자도 지난해 큰 손실을 보고 잠잠해진 상태.

2001년 하루 수백 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던 ‘스트롱거’의 소식도 최근에는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선물시장에서는 투자자의 본명보다 별명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도박판’에 가까운 시장에서 남의 돈을 많이 땄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

압구정동 미꾸라지의 수제자로 알려진 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은 자신의 실제 이름으로 1999년 회사를 차린 최초의 재야 고수로 평가받는다. 관행화된 리베이트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5년 넘게 선물시장의 최강자 가운데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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