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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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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는 인터넷 서비스 ‘싸이월드’(www.cyworld.co.kr)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의 이름이다. 이 화폐는 인터넷 속에서 사용자와 비슷한 그림으로 표시되는 일종의 분신(分身)인 ‘아바타’에게 옷을 입히거나 아바타가 살고 있는 방을 꾸미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만 판매되던 가상화폐가 현실세계로 옮겨와 팔리기 시작하면서 젊은층과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회사원 이상재(33) 씨는 조카 박은총(7) 양의 입학선물로 도토리 상품권을 준비했다. 박 양은 도토리 선물을 받고 싶어 하지만 조카의 입학선물을 인터넷으로 끝내면 너무 무성의해 보였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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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14일 ‘도토리 상품권’을 현실세계에서 팔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마우스 ‘클릭’을 통해야만 살 수 있던 가상화폐를 현실에서 지갑을 열고 구입하는 상품권으로 바꾼 것.
이 상품권은 3000원, 5000원, 1만 원 등 3가지 가격으로 판매되며 백화점 상품권처럼 종이에 가격과 함께 액면가가 적혀 있다. 전국 3500개 서점과 8000여개 문구점, GS25(옛 LG25) 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다.
회사 측은 “고객은 주로 선물용으로 도토리를 사는데 ‘실물’이 없다는 불만을 제기해 직접 선물하는 느낌이 나도록 상품권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해부터 ‘넥슨카드’를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서 팔고 있다. 2004년 넥슨의 선불카드 판매액은 100억 원이 넘었으며 올해도 한달에 15억 원 이상 팔리고 있다.
▽현실과 똑같이 움직이는 사이버세상=싸이월드의 하루 도토리 판매량은 200만 개(개당 100원)로 현금으로는 2억 원이나 된다. 홈페이지를 꾸미는 벽지와 장식 등을 판매하는 ‘선물가게’도 점차 늘어나 70곳에 이른다.
기업은 이 공간을 마케팅 수단으로 보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된 고객인 청바지업체 리바이스와 디지털카메라 회사인 삼성케녹스 등은 이벤트를 벌여 도토리를 고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도토리가 많이 풀리면 현실에서 통화량이 늘어날 때와 똑같이 상품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그래서 SK커뮤니케이션즈는 기업과 함께 벌이는 제휴마케팅과 이벤트 등을 한달에 한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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