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車車’… “자동차 이젠 크기보다는 힘”

  • 입력 2005년 3월 14일 17시 45분


“이제는 크기보다 힘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기존 차종에 배기량이 큰 엔진을 얹은 승용차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힘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차체가 크고 실내공간이 넓은 차를 선호하던 한국 운전자들의 취향이 차의 성능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엔진 배기량을 키워라”=기아자동차는 14일 3800cc의 6기통 람다엔진을 얹은 ‘2005 오피러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격은 4653만∼4895만 원(부가가치세 포함).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공동으로 개발한 3800cc 람다엔진은 기존의 3500cc 엔진에 비해 최고 출력이 23%가량 늘었고 소음은 줄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 이 밖에도 고급형 DVD와 후방카메라 시스템 등을 채택해 편의성을 높였다. 지금까지 판매됐던 오피러스는 2700, 3000, 3500cc 등 3가지 종류뿐이었다.

기아차 측은 “3800cc의 새 차는 ‘오너가 직접 운전을 즐길 수 있는 대형차’라는 오피러스의 콘셉트를 더욱 강화하는 차”라며 “차량 크기에 비해 힘이 좋은 수입차를 선호하는 고소득층 운전자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도 이르면 다음 달 중 3300cc 람다엔진이 실린 고급형 쏘나타를 선보일 예정이다. 2400cc 엔진을 얹은 소나타가 최근 1∼2개월 계약이 밀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면서 ‘대형차 성능의 중형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형차인 SM5와 같은 차대(플랫폼)를 사용해 ‘중형차’냐 ‘대형차’냐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던 르노삼성자동차의 SM7 역시 차체 크기보다 높은 배기량과 주행 성능을 강조한 차량. 지난해 12월 초 SM7의 2300cc와 3500cc 두 모델이 시판될 당시 20% 정도였던 3500cc의 판매 비중이 최근에는 50% 수준을 넘어섰다.

▽중형차 대형차의 경계가 무너진다=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분류에 따라 배기량 800cc 미만의 차량은 경차, 800∼1500cc 미만은 소형차, 1500∼2000cc 미만은 중형차, 2000cc 이상은 대형차로 분류된다.

과거 한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같은 값이면 더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맞춰 차량의 배기량에 비해 차량의 크기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메르세데스 벤츠, BMW, 렉서스 등 해외 고급차들은 소형, 중형차 크기에 3000cc 이상의 엔진을 탑재한 차량도 많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 중형차와 대형차의 경계를 허물고 배기량을 높이는 이유도 크기보다 힘이 센 수입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데 대한 ‘대응책’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국내상품팀 박진영 과장은 “같은 차종이라도 배기량이 500cc 이상 늘어나면 힘의 여유가 생기고 안전성이 높아지는 등 ‘운전의 격(格)’이 달라진다”면서 “고배기량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한국 운전자의 차를 보는 기준 자체가 고급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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