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건설-기업 실적 ‘순풍’… 환율-유가 ‘암초’

  • 입력 2005년 3월 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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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었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건설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출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낮아졌지만 조업일 기준 하루 평균 수출액은 사상최대였다. 하지만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국제유가 상승, 북한 핵 문제 등 대내외적 악재가 적지 않아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수출…하루 10억달러 넘어 사상 최고▼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한 자릿수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조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수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동향(통관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205억2000만 달러로 작년 2월보다 7.2% 증가했다.

수입은 작년 2월보다 4.5% 늘어난 182억5000만 달러로 무역수지는 22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증가율은 2003년 5월(3.5%) 이후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달에는 21개월 만에 10% 아래로 낮아졌다.

이는 설 연휴 등으로 조업일수가 작년 2월의 22.8일에서 올 2월에는 19일로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달의 하루평균 수출액(조업일 기준)은 10억8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품목별로는 선박 부문이 대우조선해양의 해양구조물 인도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00% 증가했으며 반도체(16.7%) 석유화학(38.0%) 철강(29.5%)도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는 수출 증가율이 각각 3.5%와 6.8%에 그쳤으며 컴퓨터는 공급과잉과 현지생산 증가로 21.6% 감소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기업체감경기…제조업체 “2분기엔 나아질것”▼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가 2분기(4∼6월)에 크게 호전될 것이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132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2분기 기업경기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11로 작년 2분기(105)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 100을 넘었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해당 분기 경기가 전 분기에 비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2분기 BSI는 2002년 4분기의 111 이후 최고치”라며 “정부가 경기부양 의지를 보이는 데다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자동차 판매증가 등 소비회복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기업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최근 환율급락과 유가상승, 북한 핵 위기, 금리인상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로 이어질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2분기에 예상되는 경영 애로요인으로 △원자재가격 상승(40.6%) △자금난(17.1%) △환율변동(16.4%) △임금상승(6.9%) △인력난(6.0%) 등을 꼽았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12월 결산법인…매출 19.5%-순익 69.9% 껑충▼

12월 결산법인들의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을 앞질러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옛 거래소) 상장기업 가운데 지난달 25일 현재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0% 이상(자산 2조 원 이상 법인은 15% 이상) 변경됐다고 공시한 12월 결산법인은 모두 379개사.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498조5424억 원으로 전년(417조42억 원)에 비해 19.5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03년 39조103억 원에서 지난해 53조3653억 원으로 36.80%, 경상이익은 30조3640억 원에서 58조3103억 원으로 92.04%, 당기순이익은 27조1531억 원에서 46조1421억 원으로 69.93% 늘었다.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SK㈜로 2003년 152억 원에서 작년 1조6448억 원으로 1만721.05%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제마진이 커졌고 석유화학제품의 수출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스닥 등록법인 가운데 손익구조 변경을 공시한 345개사 가운데 순이익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회사는 199개사였다. 이는 2003년보다 64개사 늘어난 것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주택-건설 경기…건축허가 면적 평년 수준 회복▼

주택·건설 경기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건설경기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건축허가 면적과 주택건설 실적이 평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1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말(6만9133가구)보다 2.6% 줄어든 6만7353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법원경매 아파트의 인기도 높아져 2월 한 달 동안 수도권 경매 아파트 2212건 가운데 944건이 낙찰돼 42.7%의 낙찰률을 보였다. 2003년 10월(42.8%)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낙찰률이다.

낙찰가격도 감정가 대비 80.1%로 지난해 6월(80.2%) 이후 최고였다.

건설경기를 6개월 정도 선행하는 건축허가 및 주택건설 물량도 늘어나 1월 건축허가 면적은 작년 1월보다 25% 늘어난 254만 평, 건축물 착공면적은 16% 증가한 162만4000평으로 각각 집계됐다.

주택은 1월 중 3만48가구가 건설돼 작년 1월(1만4358가구)보다 109% 급증했다.

건교부는 “작년 1월 부동산 경기 위축과 기업투자 저조로 건설 실적이 적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현재 상황은 평년 수준을 회복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중소기업…공장가동률 아직 더딘 회복세▼

중소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공장 가동률은 아직 낮은 상태로 조사됐다.

신용보증기금이 연간 매출액 10억 원 이상인 중소 제조업체 1700개사를 대상으로 올 2분기(4∼6월)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109로 나타났다.

신보가 조사한 중소기업 BSI가 100을 넘은 것은 지난해 1분기(1∼3월)의 104 이후 5분기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1월 중소제조업체 생산설비 평균가동률은 67.9%로 작년 같은 달(67.3%)보다 0.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산업계에서는 80% 선을 정상가동률로 보고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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