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1>경제학의 기본 원리

  • 입력 2005년 2월 21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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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첫 번째 강의에 참석한 한 여학생이 김경환 교수의 강의가 끝난 뒤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첫 번째 강의에 참석한 한 여학생이 김경환 교수의 강의가 끝난 뒤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에는 대가(代價)가 있으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대강당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의 첫회 강의의 주제는 ‘경제학의 기본원리’였다. 이날 강의를 맡은 김경환(金京煥·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시장경제는 각자 이기적인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과 기업들이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생산과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 체제”라며 ‘선택과 책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가 소개한 경제학의 10가지 기본 원리.》

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다. 이 강의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분들은 그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학원에 가는 것을 포기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할 경우 반드시 다른 한쪽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나 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어 빈곤층을 지원하면 ‘분배 개선’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자들은 투자를 줄이고 기업은 다른 나라로 떠나 성장은 약화된다.

② 선택의 대가는 그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그 무엇이다=공짜가 없는 만큼 일상생활에서 득과 실, 편익과 비용을 항상 신경 써야 한다. 비용을 따질 때에는 주머니에서 나간 돈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은 여러 갈래의 길에서 한쪽 길을 선택하게 된다. 다른 길을 갔을 때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치가 바로 기회비용이다.

③ 합리적 판단은 한계적(限界的)으로 이뤄진다=“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All or Nothing)식의 선택은 많지 않다. 시험 전날 1시간 더 공부할 것이냐, 그냥 잘 것이냐의 결정, 또는 식당 주인이라면 5명인 종업원을 6명으로 늘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선택이 현실 사회에서 이뤄지는 일반적 선택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항상 ‘조금 더’와 ‘조금 덜’의 문제에 부닥치며 이를 ‘한계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④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誘因)에 반응한다=사람들은 득과 실을 비교해 의사결정을 한다. ‘쓰레기 종량제’ 도입 전까지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많이 해도 쓰레기는 쉽게 줄지 않았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 사람들은 쓰레기봉투 사는 돈을 아끼기 위해 쓰레기를 덜 버리게 됐다. 교통체증, 매연 때문에 승용차를 적게 타자는 캠페인을 벌여도 차는 쉽게 줄지 않지만 휘발유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승용차를 집에 두고 버스나 지하철을 탄다.

⑤ 자유거래는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사람들은 서로 필요한 것을 거래함으로써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시장을 통해 소비자들은 비슷한 물건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산다. 기업가들은 소비자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한다. 각자 이기적인 동기로 움직이지만 거래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이익을 얻는다. 자유 거래가 가능하면 사람이나 기업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게 된다. 성형외과 의사가 PC를 잘 다룬다고 직원을 시키지 않고 스스로 환자의 기록을 정리하면 오히려 손해가 된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비교 우위의 원리’라고 한다.

⑥ 일반적으로 시장이 경제활동을 조직하는 좋은 수단이다=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산권이 보장돼야 하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모두가 자신을 위해 행동하고 누구도 이들의 행동을 지시하지 않지만 필요한 물건이 생산되고 분배된다. 이처럼 시장의 질서를 자율적으로 유지하는 힘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부른다. 반면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는 정부가 일일이 지시해도 살 만한 물건이 생산되지 않았다. 시장경제에서 소득은 ‘남이 원하는 무엇인가를 제공했을 때’에 생겨난다.

⑦ 경우에 따라 정부가 시장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시장도 때로 실패할 수도 있다. 국방 등 ‘공공재’는 시장이 제대로 공급할 수 없어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 그렇지만 무조건 정부가 개입해 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수가 줄자 케냐는 코끼리 사냥과 상아거래를 법으로 금지했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사냥을 허용하되 ‘자기 땅’에 있는 코끼리만 잡게 했다. 결과적으로 남아공에서는 코끼리가 늘었고 케냐에서는 코끼리 수가 더 줄었다.

⑧ 한 나라의 생활수준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에 달려 있다=국민소득은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올림픽의 메달 수도 그 나라의 경제력에 비례해 늘어난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600달러, 북한은 820달러였다. 1965년 한국의 14세 남학생 평균 신장은 150cm였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165cm가 넘었다. 탈북자 어린이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북한 14세 남학생의 신장은 한국인의 평균 키보다 14.8cm 작았다. 이처럼 평균 신장의 차는 경제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또 한해 성장률 1%포인트의 차이가 수십 년 계속되면 경제력의 격차는 엄청나게 커지게 된다.

⑨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른다=‘인플레이션’이란 많은 물건의 값이 동시에 올라가는 현상을 뜻한다. 물가상승률이 2∼3%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한해 수백%씩 물가가 오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시장의 거래를 어렵게 하고 경제 활동을 심하게 제약한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⑩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을 동시에 해결할 수 없다=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통화량을 줄이면 경기가 위축되고 생산이 줄어 실업이 늘어난다. 반대로 돈을 많이 풀어 경기를 살리면 생산이 늘고 실업이 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관련이 없다. 결국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노동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알쏭달쏭 교과서 내용 이젠 감 잡히네요” 온가족 수강 장광범씨네▼

19일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에 참석한 장광범 씨(왼쪽) 가족이 강의가 끝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제가 금융권에서 일하지만 아이들과 경제 얘기를 자주 못했어요. 그런데 올해 아이들이 세뱃돈을 예금해 달라고 하더군요. 이제 ‘경제 감각’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이번 강좌를 계기로 앞으로는 많은 얘기를 나눠볼 생각입니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사는 장광범(44) 김의순 씨(44) 부부는 고교생 자녀 2명과 함께 전 가족이 ‘청소년을 위한 시장경제 강좌’에 참석했다.

농협중앙회 명동지점에 근무하는 장 씨는 “최근 일부 학교에서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내용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뉴스에 걱정이 많다”며 “청소년들이 정확한 경제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인 만큼 이번 강좌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의가 끝난 후 장남 보고 군(17·서울 신일고 2년)은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새롭게 이해했다”며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어려움과 관련해 ‘외팔이 경제학자는 어디 없느냐’고 하소연했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털어놓았다.

둘째 보찬 군(16·서울 창동고 1년)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효율적인 경제를 달성한다는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장 씨 가족은 앞으로의 강좌에도 꾸준히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26일(토)에는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가 ‘왜 시장경제인가’란 주제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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