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배웠습니다”…금융권 中企 경영컨설팅 활발

  • 입력 2005년 1월 24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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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진단을 받아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길이 보이네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미래마이크로닉스’ 회의실.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의 무료 경영컨설팅을 받은 이 회사 이갑식(李甲植) 사장은 컨설팅 받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미래마이크로닉스는 옥외 전광판을 만들어 파는 중소기업으로 삼익전자 대한전광 등과 함께 업계 ‘빅3’로 꼽힌다. 그러나 2003년 한 발주처가 거액을 떼먹은 데다 부채가 늘면서 일감 확보도 예전만 못하다.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1994년 설립한 자식 같은 회사를 지켜낼 수 없을 거라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망설이고만 있었죠.”

이 사장이 우리은행의 문을 두드린 것은 지난해 12월 초. 평소 거래관계가 있는 우리은행 지점장의 권유를 받고 컨설팅을 의뢰했다. 약 2주에 걸친 ‘약식 경영진단’이긴 하지만 처방은 명쾌했다.

‘부채비율(357%)이 지나치게 높아 관급공사를 제대로 따내지 못하니 사옥을 팔아라, 단기 차입금을 장기로 돌려 현금흐름을 개선하라, 판매처를 다각화하라….’

이전에도 사옥을 매각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담보가 없으면 대출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머뭇거렸다. 하지만 ‘강남 한복판 주택가에 어울리지 않는 공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컨설팅팀의 채근에 결국 매물로 내놓았다.

우리은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수 의사를 타진하는 한편 미래마이크로닉스가 안고 있는 제2금융권 단기 부채를 장기로 전환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래마이크로닉스 이후섭(李厚燮) 이사는 우리은행 무료 경영컨설팅에 대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회였다”면서도 “중소기업 대출심사 때 담보 가치나 단기 사업 실적만 보지 말고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폭넓게 봐 달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자동차용 스프링 제조업체인 ‘신원에스앤티’는 우리은행에 조직문화 진단을 부탁해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다.

종업원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보고서가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일방적인 의사 소통, 후진적인 인사제도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

우리은행 측은 “신원에스앤티 경영진이 ‘한 식구라고 여겼던 종업원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 꿈에도 몰랐다’며 즉각 시정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송기진(宋錡榛) 부행장은 “중소기업 사장들은 기술에 관한 한 전문가이지만 재무나 인사관리에는 문외한이 많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경영 노하우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재무분석 △산업 및 경쟁사 분석 △사업계획 작성 지원 △간이 경영진단 △조직문화 분석 등의 분야에서 중소기업 무료 경영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기업 산업 하나은행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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