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카드출자’ 공식 거부]청산-회생 결정 채권단손에

  • 입력 2004년 12월 20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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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20일 채권단의 출자전환 요구를 공식 거부함에 따라 LG카드의 경영 정상화 여부는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채권단은 22일 이내에 회의를 열고 LG카드의 청산, LG그룹을 배제한 상태에서 채권단의 증자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LG그룹에 수정 제의를 요구한 뒤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은 어떤 선택을 할까=채권단은 13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LG그룹이 출자전환 요구에 불응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을 밝혔다.

우선 LG카드를 청산하는 방안이다. 산업은행 최용순(崔容淳) LG카드지원단장은 20일 “채권단이 고의로 회사를 청산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달 말까지 1조2000억 원이 증자되지 않으면 LG카드는 청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채권단은 금융권 공동으로 LG그룹에 대한 여신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두 번째 방안은 채권단이 1조2000억 원을 모두 증자해 LG카드를 살리는 방안이다.

이 경우 채권단은 LG그룹이 갖고 있는 1조1750억 원어치의 LG카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현금할인 매입(CBO) 방식으로 2600억 원에 사들일 계획이다.

LG그룹이 출자전환을 거부한 것을 LG카드의 청산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해 청산했을 때의 채권 가치인 2600억 원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채권단의 내부 의견 조율은 물론 LG그룹과의 CBO 협상 등 여러 난관이 있어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LG그룹, “협상 대상 금액 줄여야”=채권단의 협의 결과와 여론의 향배에 따라 채권단과 LG그룹의 협상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채권단이 의견을 모아 LG그룹에 새 제안을 할 수도 있다. 또 여론이 나빠질 경우 LG그룹이 막후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LG그룹은 “채권단과 LG그룹이 추가 증자를 위해 협상할 수 있는 금액은 채권단이 주장하는 1조2000억 원이 아니라 93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LG그룹 관계자는 “1조2000억 원 가운데 2700억 원은 채권단이 LG투자증권 지분 매각 차익 가운데 당초 예상보다 부족한 돈을 부담하기로 약속했던 부분”이라며 “채권단이 당연히 내야 하는 돈을 증자금액 1조2000억 원에 포함시킨 뒤 생색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LG그룹은 갖고 있는 기업어음(CP) 7700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되지만 채권단은 2717억 원을 현금으로 내야 한다”며 “지원의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LG카드 증자 필요금액 1조2000억 원에 대한 논란
액수(억원)내용채권단 주장LG그룹 반론
5000―확약서에 따라 LG그룹 계열사들이 LG카드 기업어음(CP) 매입해 보유
―확약서에 후순위 전환사채(CB)로 바꾸기로 약속
―CB 아니라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금 확충해야―CB 전환 약속 지킬 것
―주식 전환 문제는 계열사들 스스로 판단할 문제
―LG전자 등 반대 입장 공표
2700―확약서에 따라 LG그룹 개인 대주주들이 CP 매입해 보유
―확약서에 CB로 바꾸겠다는 약속 없었음
―LG카드의 과거 대주주로서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지고 주식으로 전환해야―대주주들이 투자자로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
―개별 대주주의 답변이 아직 없음
2700―LG그룹이 LG투자증권을 채권단에 내놓고 채권단은 이를 팔아 3500억 원의 차액을 얻은 뒤 출자키로 함
―매각 차익을 783억 원밖에 못 얻어 2700억 원을 추가로 내야 함
―채권단이 지분 규모대로 분담해 현금으로 낼 것
―이번 증자 액수에 포함돼야
―확약서에 따른 당연한 조치로 이번 증자금액에서 빼야
―이 경우 실제 증자 필요 금액은 9300억 원에 불과함
1600―분담 주체가 확실하지 않은 부분―LG그룹과 협상해 분담
―최악의 경우 채권단 부담
―아직 협상에 응하지 않음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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