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시스템 이길헌 사장 “페라가모도 우리 프린터로 염색”

  • 입력 2004년 11월 2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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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적 패션업체에 디지털 날염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는 태일시스템의 이길헌 사장. 그는 낙후돼 있는 한국의 염색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동주기자
독자적으로 개발한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적 패션업체에 디지털 날염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는 태일시스템의 이길헌 사장. 그는 낙후돼 있는 한국의 염색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동주기자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엑스포에서 열린 ‘한국 국제사인 디자인전(KOSIGN)’에서 만난 태일시스템의 이길헌(李吉憲) 사장은 해외 바이어들과 수출 협상을 벌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 사장은 부산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와 사무기기 회사에 다니며 ‘주경야독’으로 컴퓨터를 배워 1978년에 컴퓨터 이용설계 및 이용제조(CAD/CAM) 전문업체인 태일시스템을 세웠다.

다양한 기계의 설계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키운 그는 1998년 7월 ‘디지털 프린팅’ 사업에 뛰어들었다.

디지털 프린팅은 인쇄 소재의 재질이나 크기, 형태에 제한이 없어 ‘5세대 인쇄 방식’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태일시스템은 이후 독자 기술을 적용한 ‘와이드 포맷 디지털 프린터’를 개발해 현수막 등 옥외광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02년까지는 한국 현수막 시장을 사실상 100% 독점했었죠. 지금도 한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현수막의 70% 정도는 저희 프린터로 인쇄한 겁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프린팅 기술을 염색 분야에 적용한 ‘디지털 날염 시스템’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디지털 날염은 비용이 절감되고 환경오염도 적어 선진국형 섬유·패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2002년에는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 안에 ‘색상과학 디자인연구소’도 세웠다.

또 올해는 섬유 등에 인쇄한 뒤 삶는 등의 ‘후처리’를 생략할 수 있는 디지털 날염기술을 선보여 해외 섬유업체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패션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현지 법인을 세워 디지털 프린터를 수출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등에도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이 사장은 “한국의 염색 기술이 선진국보다 크게 뒤져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옛말”이라며 “컴퓨터 기술과 접목된 인쇄·염색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자신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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