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달러 高유가땐 金이 최고”… 투자자들 골드러시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13분


미국 달러화가 약세(원화 강세)를 보이고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金)에 집중되고 있다.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대표적인 안전 실물자산인 금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내 은행과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들이 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시장 불안, 금값 상승 부추겨=올해 5월부터 금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금리 인상 이후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가격이 높은 국제 유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자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대체 실물자산인 금에 투자하고 있는 것.

또 미국이 테러 위협과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적자) 등으로 안팎으로 시달리면서 달러화가 내리막길을 걷는 것도 금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CJ자산운용 강창주 차장은 “1970년대 말 2차 오일쇼크 당시 산유국으로 흘러든 ‘오일 머니’가 집중적으로 금을 매입했다”면서 “유가가 급등하면 금값이 오르는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수차례 검증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달러가치가 100만큼 하락하면 금값은 80 정도 오를 만큼 달러와 금은 강한 역(逆)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주가지수연계형 펀드들이 수익률 한계에 다다른 국내 상황도 금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가지수연계형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연 7∼8%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2배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원금 보장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도 금 투자 상품 잇따라 선보여=국내 금융회사들이 내놓은 금 관련 금융상품은 대개 런던금시장협회(LBMA)가 고시하는 국제 금 가격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의 일부를 금 가격지수에 투자해 금값이 오르면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골드러시’가 한창이다.

신한과 조흥은행이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선보인 ‘골드지수연동 정기예금’은 1020억원 이상 팔려 당초 목표치인 5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CJ자산운용은 우리은행 등을 통해 지난주까지 판매한 ‘골드 채권투자신탁’ 역시 205억원이 팔리는 등 예상 밖의 판매 호조를 보이자 후속 상품을 2일부터 다시 판매할 예정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금이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면 가장 먼저 떨어지는 게 금값이기 때문에 금 투자는 단기적인 분산투자 수단일 뿐 궁극적 투자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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