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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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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만약 통과되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그룹)의 경우 금융계열사가 갖고 있는 다른 계열사 지분에 대해 현재 30%까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2008년까지 15%로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을 늘리고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동부그룹 아남반도체의 경우 특수관계인과 계열사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하면 25.8%로 이 가운데 동부화재와 동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은 4% 정도. 금융계열사 의결권이 제한되면 현재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4%의 금융계열사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져 외국인의 공격을 방어할 수 없게 된다.
동부그룹은 이 때문에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했으며 이번 증자가 마무리되면 동부그룹 계열사의 지분은 33.2%로 늘어나고 금융계열사 지분은 2.9%로 감소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14.9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유럽계 사모(私募)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과 현 경영진이 ‘표 대결’까지 벌여야 했던 SK㈜도 위협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최태원(崔泰源) 회장 등 총수 일가와 SK생명 등 계열사의 지분, 자사주를 포함해 6월 현재 의결권은 17.29%이다. 이 중 금융계열사 지분은 SK생명이 갖고 있는 0.47%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SK㈜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의 지분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외국인의 지분이 61.74%나 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공격이 이뤄질 경우 0.1%의 지분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최근 자사주를 사들이는 이유도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외국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상장사들은 ‘장사로 번 돈’(20조5000억원) 중 18%인 3조6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양금승(梁金承) 기업정책팀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계열사 의결권이 제한되면 국내에서 다른 ‘백기사(우호세력)’을 찾기 힘든 대기업의 경우 외국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즉각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장항석(張恒碩) 독점국장은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금융계열사 의결권이 축소되는데다 삼성전자 등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의 외국인 주주들은 ‘단일 주체’가 아니어서 현실적으로 적대적 M&A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는 대기업의 지분상황 | |||
| 기업 | 계열사+특수관계인+자사주 지분 | 외국인 지분 | 금융계열사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의결가능 지분 |
| 삼성전자 | 25.6% | 57% | 15.0% |
| 아남반도체 | 25.8% | 25% | 21.8% |
| SK㈜ | 17.29% | 62% | 16.82% |
| 삼성전자와 아남반도체는 6일 현재, SK(주)는 6월말 기준. 자료:각 기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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