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딥’ 현실화 가능성 고조…건설경기 5년5개월만에 최저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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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건설경기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다가 다시 하락하는 ‘더블 딥’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복병’으로 등장한 건설경기 추락=건설수주가 크게 감소한 것은 재건축 등 주택부문 수주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보통 재건축 물량은 서울에서 공급되는 주택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대형 건설업체들은 올해 들어 재건축 수주를 한 건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소형평형 의무비율 확대, 개발이익환수제 추진 등 재건축 규제 정책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삼성건설은 작년 1∼6월 9개 단지의 재건축 공사를 따냈으나 7월 이후 지금까지 재건축 수주(시공사 선정 기준)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일반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의 수주도 크게 줄었다. 대우건설 원일우 상무는 “입지여건이 좋아도 공급이 많거나 미분양이 있는 곳에서는 수주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백성준 부연구위원은 “정부 예산이 한정돼 있어 공공 토목공사를 늘리기도 어렵고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지지부진하다”며 당분간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수주가 줄면 대개 그 여파가 1년 후부터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주 침체가 내년부터 건설투자 및 국내총생산(GDP)의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시화되고 있는 더블 딥 가능성=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보통 6개월 이상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 9월에도 경기회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만큼 국내경기는 이미 하강국면에 진입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계청 김민경 경제통계국장은 “지금으로선 9월에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가는 양상이 분명해졌다”며 “부동산경기의 연착륙 등을 통한 소비심리 회복과 노사관계안정을 통한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추락하는 실물지표=8월 산업생산은 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기여도가 큰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의 증가세가 꺾이면서 둔화세가 역력하다.

평균 공장가동률은 78.7%로 지난해 8월 77.2%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도소매 판매도 다시 하락하고 있다. 신차효과에 힘입어 자동차와 연료판매(0.5%)가 다소 호조를 보였으나 도매업(-0.2%)과 소매업(―4.3%)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소매업 중 백화점 판매는 7월(―6.4%)의 두 배가 넘는 13.0%의 감소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동안 10% 내외의 성장률을 보였던 대형할인점 판매는 0.4% 증가에 그쳤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더블딥(Double Dip):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 기미를 보였다가 다시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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