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투기장]알짜 땅은 外地투기꾼이 선점

  • 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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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바람을 타고 땅값이 급등한 곳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작 시세차익은 외지 투기꾼들이 챙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기업도시, 공공기관 이전 예정지, 수도 이전 후보지 등 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 땅의 절반 이상을 외지인이 갖고 있다.

기업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강원 원주시 문막읍에서 올해 들어 7월까지 거래된 토지 417만8742m² 가운데 외지인 거래는 202만5553m²로 48.5%에 이른다.

원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외지 투기세력은 지난해 문막 땅을 대거 사들였으므로 현재 인기지역 토지의 70% 이상은 외지인이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조성이 추진되는 서남해안 일대, 수도가 이전될 충청권, 충청권과 가까운 경북 북부지역 등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남 해남군에 따르면 레저단지 개발을 추진 중인 산이면에서 올 6월 이후 거래된 땅의 59%는 서울 등 수도권 투자자가 사들였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잇단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외지인의 토지 선점 현상이 산골 마을과 무인도까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에 속한 선유도, 무녀도 등 섬에도 투기꾼들이 몰려들어 토지의 절반 정도를 외지인이 갖고 있다.

수도 이전이 예정된 충청권의 요지는 외지인 소유가 된 지 오래다.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2리 임영수 이장은 “양화2리 토지의 80%는 외지인이 갖고 있다”며 “남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내주고 쫓겨날 처지”라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충남 아산시에서 중개업을 했던 K씨는 “주택시장 규제로 가뜩이나 토지에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에서 온갖 개발계획이 발표돼 외지인의 투기 여건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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