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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1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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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애경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화장품사업에 처음 손을 댔으나 기업 문화의 차이로 실패했다. 93년에는 신동방과 합작으로 회사를 세워 식품사업을 했으나 같은 이유로 실패하고 말았다. 97년에는 독립법인으로 홀로서기를 시도했으나 또 참패를 면치 못했다.
유니레버는 99년 마지막 도전을 감행했다. 세계적 기업인 하얏트리젠시, TNT익스프레스 등에서 눈에 띄는 경영 수완을 보여 온 한국인 이재희 회장을 영입한 것.
이 시도는 성공이었다. 이 회장은 취임 이듬해부터 3년 연속으로 매출액이 60% 이상씩 성장하는 놀라운 실적을 달성했다.
이처럼 한국 시장은 한국인이 가장 잘 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국적기업의 국내법인 최고경영자(CEO)가 외국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뀌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회장과 한국P&G 김상현 사장, 한국존슨&존슨 최승한 사장,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 한국암웨이 박세준 사장을 비롯해 1일 스카니아코리아 대표이사로 승진한 채솔봉 부회장 등이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국적 기업이 요구하는 글로벌 감각과 함께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국내 시장 공략 노하우를 겸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니레버코리아의 이 회장은 취임 이후 1년 동안 신제품 판매를 금지하고 철저한 시장 조사부터 다시 했다. 이 결과 한국 소비자들이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두피에 자극이 적은 순한 샴푸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착안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도브 크림 샴푸는 이제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한국네슬레 이삼휘 사장은 2002년 첫 한국인 사장으로 부임하자마자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테이스터스 초이스’ 커피 신제품을 개발했다. 국내업체들과 제휴해 제품 생산 및 판매망 확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것도 그만의 노하우다.
직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도 이들만의 무기다. 한국P&G 김상현 사장은 매달 한 번씩 직원들과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는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한국인 CEO는 이제 큰 흐름이 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독특한 데다 국제 감각을 함께 갖춘 토종 CEO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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