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日기업인들 “법-원칙 있으나마나” 쓴소리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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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일본 기업인들이 10일 노사문제, 생활환경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일본 기업인들은 특히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한국 정부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는데 ‘엄격하게 대처했다’는 실적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 및 일본인 단체인 서울재팬클럽(SJC)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날 SJC가 전달한 건의 항목은 총 49개로 노동 노사관계에 대한 건의가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간담회에는 이 장관을 비롯해 재정경제부 노동부 국세청 특허청 등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일본측에서는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 SJC 이사장을 비롯해 60여명의 기업인이 참가했다.

▽한국은 ‘노조 천국’=SJC는 한국이 법률로는 노조의 폭력 등 불법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운용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노조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손쉽게 파업에 돌입하면서도 파업타결 조건으로 금전 요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엄격히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SJC는 한국 정부가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해고제한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침해하고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활용하면 일방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현행 제도도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SJC는 특히 한국 정부의 과도한 정규직 보호 조치로 인해 기업이 고용을 회피하고 최근에는 비정규직 고용조차 신중해지고 있다며 정규직 해고조건 완화를 건의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스즈키 가쓰시(鈴木一司) 산업정책위원은 “한국 정부가 노사문제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개선된 제도가 신속하게 실시되지 못했고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한 장애 요소 제거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멀고 먼 ‘글로벌 스탠더드’=SJC는 기업이 납품을 할 때 ‘뇌물’을 요구하는 관행이 많다며 한국 사회 일부에 존재하는 부패 체질 해소를 주문했다. 또 불법 수입된 중고복사기가 일반은 물론 관공서에까지 유통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피해가 총수입 물량의 33.7%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겪는 생활 불편에 대한 호소도 쏟아졌다. SJC는 외국인이 개인명의로 일반전화나 휴대전화 가입, 각종 인터넷 서비스 이용 등 기본적인 생활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또 경찰청이 일본어 112 통보서비스를 개설했으나 심야에 문제가 발생해 112에 통보하면 정작 일본어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건의한 내용의 상당 부분에 대한 검토와 개선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주한 일본 기업이 건의한 주요 내용
구분주요내용
노동·노사-정규직 해고 조건 완화-노조 불법노동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유급휴가제도, 노동시간제도 개선-노사협정 및 관행 시정-노조 전임자 수 축소, 임금지급 금지-법정퇴직금제도 및 파견근로자제도 개정-한일사회보장협정 조기시행
금융-중소기업 대출비율규제 철폐-예금보험제도 가입 임의화-비거주자에 대한 한국 원화 환율시장 개방-지점 형태 진출 외국기업에 법인 보험대리점 위탁 허용
세무-세무조사 공평하게 운용
지적재산권-단속 및 벌칙적용 강화-지적재산권 소송 신속 처리
생활환경-교통질서, 운전매너 개선-보도나 공원 내 오토바이 통행금지-택시 승차환경 개선-서울시내 음식점 일본인 대상 2중 가격 시정-문화개방 촉진
기타-한국에 이미 진출한 기업의 신규투 자도 각종 우대조치 적용-외국기업 취득세 등록세 면세조치 부활 및 연장-법률상담 업무 개방-부패척결 풍토조성

(자료:서울재팬클럽)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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