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산-광양 경제자유구역, 線만 그어놓고 “전진기지”

  • 입력 2004년 8월 2일 18시 21분


코멘트
《한국을 ‘동북아 경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구역 지정 1년, 구역청 출범 4∼10개월을 맞았으나 투자 유치 실적이 극히 미미한 등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지도에 선을 그어 개발계획만 세워둔 상태”라는 지적마저 제기될 정도다.》

투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공장용지 및 기반시설의 부족. 공장용지가 없어 입주를 희망하는 외국 기업이 있더라도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곳을 경제구역으로 지정한 인천의 경우 외국 기업이 상당수 진출했으나 정작 지난해 10월 구역청 출범 후에는 정식 계약 체결이 한 건도 없다.

부산-진해경제구역청은 3월 개청 이후 양해각서 체결 실적마저 전무하다. 광양만권의 경우도 지난달 세 업체와 투자협약을 하기는 했으나 외자 유치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부산-진해경제구역의 경우 내년 8월 공장용지가 처음 마련된다. 경제구역의 물동량을 처리할 신항만도 2006년 말 6선석이 갖춰진다.

인천 역시 20만평밖에 여유가 없어 송도신도시 5, 7공구 매립이 시급하지만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데다 환경단체의 반발로 차질이 예상된다.

이환균 인천청장은 “토지 공급이 투자 유치의 최대 애로이며 이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경쟁국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노사 문제와 관련 법규의 미비도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박재현 부산-진해경제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일본 기업인들은 투자에 앞서 하나같이 한국의 노사분규를 걱정한다”고 전했다.

부경대 경제학과 홍장표 교수는 “생산성 향상 협약과 고용 안정 등의 맞교환을 검토하고 지역노사정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구역에 외국인학교를 세워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는 한편 외국계 의료기관도 유치해 내국인 진료 허용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이해집단의 반발로 관련법 제정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자유구역청의 위상과 인력 구성도 어정쩡하다.

부산-진해경제구역청의 직원 146명은 부산과 경남 공무원 각 73명씩으로 구성돼 있고 파견기간도 2년이어서 팀워크와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구역청 관리도 중앙 이관과 현 체제 유지 주장이 맞서 있는 상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크게 미흡하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정부는 2005년 부산-진해경제구역에 1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900억원은 명지대교 건설비이며 나머지 100억원이 도로 개설에 필요한 설계비다.

이곳의 인프라 구축에 경남도가 정부와 같은 금액으로 2020년까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매년 1200억원에 이르지만 제대로 재원이 조달될지는 미지수다. 인천시는 경제구역 개발에 필요한 6조7000억원 가운데 일부를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필수 기반시설 위주로 재정을 지원해 2008년까지 연결도로 확충을 마친다는 구상이다. 또 구역청의 운영과 청장의 자율성 강화 문제는 내달 초 나오는 용역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진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광양=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