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장경제 할 수 있을지 요즘들어 의문이 든다”

  • 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29분


코멘트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상황이 어려워도 시장경제가 자리를 잡아야 나라가 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19일 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내가 경제부총리로 있는 한 순리대로 갈 것이며 이는 바로 시장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원리를 거스르는 사례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주식 백지신탁제도 △부유층에 대한 사회적 반감 등을 들었다.

그는 또 “요즘은 한국이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언급은 현 정권 내 이른바 ‘개혁세력’의 경제관과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부총리는 “중요하지도 않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온 나라가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다시 표명했다.

또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대해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멀쩡한 사람들이 공직을 떠나야 한다”며 “과거지향적인 정책을 왜 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근 불거진 ‘자문료 파문’의 진원지와 관련해 “음모가 개입됐기야 했겠느냐”고 말하면서도 “진원지가 금융감독원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존중하며 동시에 내 나름의 방식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좋아야 일이 정상적으로 풀리며 언론이 정부를 불신하기 때문에 ‘위기증후군’이 확산됐다”고 진단하고 “정기적으로 언론과의 정책토론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0대와 40대는 나라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세대이며 이들이 정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경제하는 마음’과 ‘경제하는 법’을 가져야 한다”며 ‘386세대’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이 밖에도 “우리는 어렵게 살 때 베트남전쟁에 자원했는데 요즘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일이 매도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