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특감]차세대 국가성장 동력사업, 관리 주체도 없이 방치

감사원이 25일 발표한 정보기술(IT) 정책 특감결과는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국가성장 동력사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유형무형의 예산 낭비가 엄청나게 초래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부처간 주도권다툼과 이기주의를 조정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처간 중복투자 ‘컨트롤 타워’ 없었다=감사원 관계자는 “2000년부터 IT 투자 바람이 불면서 관련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뛰어 들었지만 부처간 조정을 할 만한 곳은 없었다”면서 “심지어 청와대나 국무조정실 관련부처 등에서 서로 딴소리를 하는 바람에 중복투자가 뻔히 보이는데도 손을 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감결과 국가 연구개발 정책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총괄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중장기 연구개발 계획 또한 ‘주먹구구식’이어서 부처간 중복투자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DMB) 기술개발사업이 대표적인 사례. DMB 사업은 고속이동 중에도 선명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새로운 방송 서비스로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은 첨단분야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2003년 3월 상호 협력해 이 기술을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두 부처는 핵심기술인 방송수신칩과 방송신호처리칩, 멀티미디어처리칩 등 부품 개발을 서로 전담하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따로 기술개발을 추진했고 2003년 12월 기술개발사업도 각각 따로 발주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지 않았다면 산자부의 수신기 관련 사업비 83억원이 낭비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엔진 개발 사업도 정통부가 하고 있던 것을 문화관광부가 뒤늦게 뛰어들어 예산낭비를 초래할 뻔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문화부는 정통부에서 2001년 3월부터 온라인 3D 게임엔진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공동개발 가능성과 중복투자 우려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유사 사업을 2개나 별도로 발주했다”고 밝혔다.

▽관변학자가 대형 연구프로젝트 독식=부처에서 발주하는 연구개발사업에 관변학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연구프로젝트를 따가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많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때문에 실력 있는 학자들이 오히려 배제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과학기술부는 국책연구개발사업을 공고하는 기간이 21일에 불과했고 정통부의 경우 선도기술개발사업 공고기간이 22일, 산자부의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 공고기간은 27일에 그쳤다.

감사원 관계자는 “총 연구비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연구 계획서 작성기간이 한달도 되지 않아 실력 있는 과학기술자들이 많이 배제됐다”면서 “이런 불공정 게임으로 연구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관변학자들이 계획서를 잘 만들어 프로젝트를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기부의 경우 연구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학자들이 37건을 신청해 32건을 따냈고 정통부 34건 신청에 30건, 산자부 94건 신청에 91건이 채택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들 관변학자는 부처별로 전체 연구프로젝트의 10∼41%를 따갔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기술개발 사업 비교
구분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사업기간	20003년 12월∼2006년 12월	2003년 12월∼2006년 9월
총사업비	285억원(수신기 관련 155억원)	157억원(수신기 관련 83억여원)
사업내용	송신시스템 개발수신기 개발콘텐츠 제작관리기술 개발	수신기 개발응용서비스기술 개발
주관 연구기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2003년도 부처별 연구개발 예산
부처	연구개발 예산	비중
과학기술부	11,351	20.5
산업자원부	10,951	19.8
국방부	7,861	14.2
국무조정실	7,270	13.2
교육인적자원부	7,147	12.9
농촌진흥청	2,488	4.5
중소기업청	1,686	3.1
보건복지부	1,331	2.4
해양수산부	1,121	2.0
환경부	1,111	2.0
건설교통부	722	1.3
농림부	620	1.1
식품의약품안전청	390	0.7
산림청	381	0.7
정보통신부	252	0.5
기타	562	1.0

2003년도 부처별 연구개발 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