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4조 5000억 확대…돈 풀어 경기 살리기 잘될까

  • 입력 2004년 6월 15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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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15일 내놓은 ‘재정지출 확대 방안’은 경기 침체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서민과 중소기업인을 배려한 조치다. 내수(內需)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려보겠다고 나선 것.

하지만 정부 재정 지출이 경기 진작 효과는 미흡하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 집행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반대하고 있어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재원은 어디에서 조달하나=정부와 여당은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 활용 및 채권 발행, 공기업 지출 확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최고 4조5000억원까지 재정 지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항목별로는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 1조4000억원 △공기업 추가사업자금 및 연구개발 기술료 7000억원 △국채 발행 1조2000억∼1조3000억원 △중소기업산업기반기금채권 6000억원 △징수한 세금을 예산으로 지출한 뒤 남은 돈(잉여금) 5000억원 등이다.

▽어디에 쓰나=정부는 우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5만50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세부 사업으로는 이공계 미취업자 현장연수 3000명, 해외 취업훈련 500명, 저소득층 자활근로 1만명, 노인인력운영센터 지원 5000명 등이다.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4만6000개에 이르는 경로당의 난방비를 20만원 인상해 연간 50만원으로 했다. 노인전문요양시설 15개소와 노인보호전문기관 10개소도 신설할 방침이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진료비 지원(331억원)과 150개 수능 공부방 재정 지원, 결식아동 급식비 단가 인상(2000원→2500원) 등의 사업도 시행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신용보증 출연금(4500억원)과 수출 금융(500억원) 등을 확대해 자금난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기 파주시 LCD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과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 전력기술기반 조성 등에도 쓸 계획이다.

▽문제점은 없나=재정 전문가들은 이번 재정 지출 확대 방안이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재정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매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적자 재정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지금까지 추경 편성 등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로 인한 연간 이자비용도 2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순천향대 경제금융보험학부 김용하(金龍夏) 교수는 “현 경제 상황이 위축된 것은 기업이나 개인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원리가 위협받는 등 환경이 불안해서 돈을 쓰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며 “정부가 해법을 잘못 찾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김 교수는 “앞으로 행정수도 이전 비용과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국방 예산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추경 예산을 편성키로 한 것은 나중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정부 채무 비율이 높지 않은 만큼 재정 건전성이 훼손될 정도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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