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원합니다]<1>“홍보-영업맨도 기술전문가 채용”

  • 입력 2004년 6월 2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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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난이 심각하다. 경기회복과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근본 해결책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처럼 입사경쟁률이 평균 100 대 1을 넘는 상황에서는 치밀한 취업준비가 필요하다. 지원하는 기업의 특성과 채용방법,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 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갖고 철저히 준비해야 좁은 취업문을 뚫을 수 있다. 본보는 대학 졸업자와 졸업예정자가 취업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채용 규모가 큰 업종의 취업 기상도와 주요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상에 관한 정보를 주 1회씩 8회에 걸쳐 제공한다. 또 주요 기업에 취업한 신입사원의 생생한 취업 성공전략을 들어본다. 》

“전기전자업종 기업들은 영업직에도 이공계를 선호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술을 알아야 물건을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LG필립스LCD 문운기 인사팀장)

전기전자업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특징 때문에 인력 수요도 많은 편이다.

대표적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LG필립스LCD 등 3개 회사만 올 하반기에 약 44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전기전자업종의 채용담당자들은 면접 때 전공지식에 대해 많이 묻는다. 아무리 똑똑해 보여도 자신감 없는 목소리나 태도를 보이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LG전자가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을 뽑기 위해 지난달 24일 실시한 면접 장면. 사진제공 LG전자

이들 업체는 반도체 휴대전화 디지털TV 등 첨단 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회사별로 1200명에서 2000명가량 채용할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과 경기 파주시 월롱면에 각각 LCD단지를 조성하고 있어 신규 인력 수요가 많은 편이다. 말로만 들어도 어리둥절한 전문용어가 많은 업종인 만큼 지원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나 뽑나=삼성전자는 하반기에 2000여명의 대졸 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하고 한 달에 한 번 응시자에게 적성검사와 면접에 응하라고 연락한다. 반도체와 액정화면(LCD), 생활가전 등으로 나눠진 사업부별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한다.

LG전자는 1200명을 뽑을 계획이다. 6, 9, 11월 수도권 대학과 지방의 주요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열고 현장에서 원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LCD단지를 조성 중인 LG필립스LCD도 1200명을 하반기에 선발한다.

LG필립스LCD 문 팀장은 “LCD 제조 공정분야에서 일할 공정엔지니어를 약 70% 선발하고 연구개발 인력을 약 20%, 전략 회계 인사 영업 등 지원분야 인력을 10% 정도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디지털TV와 새로 진출할 예정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1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학점이나 영어점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상당수 대학생은 재학 시절 평균학점을 높이기 위해 교양과목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이런 학생은 취업 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문 팀장은 “교양비중이 높은 지원자는 집중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전공부문 지식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업을 하더라도 기술적인 배경이 없으면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실제 삼성전자나 삼성전기의 홍보 또는 마케팅 담당 직원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생은 또 토익 토플 등 영어점수와 대학 학점이 당락의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설사 영어점수가 낮더라도 기술분야 지식이 풍부하면 영어의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삼성전자 채용책임자인 안승준 상무는 “설사 영어점수가 최저 합격선에 못 미치더라도 전공 지식이 풍부하거나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있으면 합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사람은 사양합니다”=삼성전자 안 상무는 “옛날처럼 회사에 충직하고 성격이 원만하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업 환경이 빠르게 변함에 따라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더 우대한다는 것. 따라서 지시에만 따르는 방식의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보다는 오히려 ‘사고를 치는’ 스타일의 지원자에게 더 점수를 준다는 것이 안 상무의 말이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신(新) 채용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LG전자 김쌍수 부회장이 말하는 ‘강한 인재상’에 맞는 사원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

LG전자 공효식 과장은 “면접 때 지원자에게 ‘살아오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느냐’고 물어보면 ‘실연’이나 ‘등산’을 꼽으면서 고생한 얘기만 늘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원자가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소득을 얻었는지를 듣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면접에서 교양과목을 듣고 평균학점만 높인 지원자를 확실하게 걸러낸다.

면접 때 각 전공에 따라 기본 공식을 묻고 이를 적용하는 응용질문까지 하고 있다. 대학 평점보다는 실제 어떤 전자회로를 만들어 봤는지, 어떤 장비를 사용해 봤는지를 중요하게 따진다. 문 팀장은 “학부과정이 시행되면서 전공과목을 적게 듣는 대학생이 많아 전형을 진행하면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삼성SDI입사 김규태씨 “토익점수보다 면접-상식이 통했죠”

“학점과 토익점수보다는 실용적인 지식과 능력을 기르는데 힘썼습니다.”

2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I에 입사한 김규태씨(27·사진). 현재 모바일 디스플레이 영업팀에서 삼성전자 노키아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대한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김씨의 대학 평균학점은 3.2(4.3만점), 토익점수는 800대 중반으로 친구들에 비해 결코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4학년 1학기 때 첫 지원한 삼성SDI에 단번에 합격했다.

그는 취업의 첫째 비결로 일찍 목표를 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점을 꼽았다. 군 제대 직후인 2001년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한 김씨는 꾸준히 신문을 읽으며 상식을 넓혔다. 학원에 다니며 일상회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중국어 실력을 쌓았다. ‘퀴즈가 좋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9단계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평소 영상매체에 관심이 많던 그는 디스플레이 생산업체인 삼성SDI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이 회사를 취업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 3월 삼성SDI가 취업설명회를 대학에서 열었다. 그는 디스플레이의 미래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견해를 밝혀 서류전형을 사실상 통과했다. 반면 이 회사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현장면담에 응한 학생들은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세 때 친구들과 건설공사 현장을 찾아 한 달 동안 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첫날 못에 찔린 그는 “일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소장은 “자의건 타의건 한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답에 충격을 받은 그는 당시 느꼈던 ‘책임’의 의미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썼다. 이것이 적중했다.

가장 어려웠던 관문은 면접 및 집단토론, 영어면접, 인성면접, 기술면접 등 네 과정을 하루에 모두 거치는 것. 주어진 가상 마케팅 시나리오를 보고 개인 의견을 밝히는 기술면접 때는 사전에 친구들과 연습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김씨는 “문과계열 학생이 기술적인 내용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지만 첨단 제품을 재빨리 받아들이는 수용력과 유연성, 업계 흐름을 읽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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