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팔고나면 그만?… AS는 나몰라라

  •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24분


《대전 유성구 전민동에 사는 주부 김진영씨(34)는 아들(6)이 갖고 놀던 팽이(G블레이드)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4개나 되는 팽이가 부품 일부가 없어지거나 파손돼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린이날 사준 팽이는 아들이 주의사항을 어기고 플라스틱 경기장이 아닌 보도블록에서 돌리다 회전 부위를 망가뜨려 10여분 만에 못쓰게 됐다. 김씨는 제조사에 보내면 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택배비와 수리비를 따져보고는 다시 하나 사주고 말았다. 장난감 수리점이 극히 드물 뿐만 아니라 부품만을 따로 판매하는 업체가 없어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만이 크다. 수리하거나 부품 하나만 교체하면 사용할 수 있는 멀쩡한 장난감을 버리고 새로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리점 드물고 부품별 판매 안한다=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장난감 시장(수입품 포함)의 총매출 규모는 7000억원대.

하지만 국내 260여개 장난감 제조업체 가운데 별도의 수리점을 운영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G블레이드를 생산하는 S업체만이 서울에 3곳의 수리점을 두고 있을 뿐이다.

조합 관계자는 “장난감 수입업체의 경우 약 500개나 되는데 이 중 영세업체는 도산하거나 품목을 바꿀 수 있어 사후 서비스(AS)를 보장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기 있는 장난감의 경우 몇 년 동안 시리즈를 선보이며 판매되지만 부품이 따로 판매되지는 않고 있다.

주부들은 “최소한 자주 망가지는 부품만이라도 판매점을 통해 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불만이다”고 말한다.

▽택배비가 더 드는 본사 수리=대부분의 장난감 제조업체는 본사로 제품을 보낼 경우 수리를 해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안다 하더라도 장난감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 않은 경우 택배비와 수리비가 판매가와 비슷하게 들기 때문에 1주일씩 기다려 수리하느니 다시 사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부분의 장난감 제조사들은 수리를 위해 장난감을 보낼 경우 택배비는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에 밀집한 제조사까지 고장난 장난감을 보내려면 우송료만 4300(우체국 빠른소포)∼6000원(일반 택배)이 든다.

본보가 연간 매출액 500억∼1000억원의 대형 장난감 제조업체를 조사한 결과 무상수리 기간도 1년, 6개월, 무제한 등으로 들쑥날쑥했다.

다만 대형 할인마트들은 장난감을 직접 제조사로 보내 수리해 주기도 한다.

▽소비자운동 대상돼야=‘소비자문제 시민의모임’ 대전지부 김남동 지부장은 “주부들이 다른 물건들과는 달리 장난감 고장에 대해서는 둔감해 불만이 많은데도 신고는 하지 않는다”며 “장난감의 시장규모가 수천억원대인 만큼 앞으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단체들이 장난감의 위험성이나 유해성, 고장문제를 조사하려 해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예산상 엄두를 못 낸다”며 “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경우 장난감 AS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가 전혀 없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소비자운동이 활발해 ‘장난감 리콜’도 적지 않다.

미국 연방정부 산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2001년 6월 장난감 제조업체인 피셔 프라이스사에 11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1998년 1000만개의 파워 힐즈(어린이가 타는 장난감 전기자동차) 제품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으나 이후 발생한 결함을 제대로 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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