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문석/기업에 ‘외부악재 맞설 힘’ 줘야

  • 입력 2004년 5월 9일 18시 37분


최근 세계경제 여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경기회복을 전적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외적인 악재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도 상당 폭 개방된 상황에서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하지만 향후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좀 더 차분하게 짚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차이나 쇼크’에 高유가까지▼

우선 우리 경제를 가장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차이나 쇼크’다. 중국 정부는 대출을 억제하고 투자를 규제하는 등 경제 성장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들어 고정투자가 40% 이상 증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3%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경기과열의 징후가 나타나는 데 따른 조치들이다.

중국 정부는 과연 경기 조절의 타이밍을 놓친 것일까. 아직까지는 농산물과 원자재를 제외한 일반 제조업 제품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확산될 조짐이 없고 과잉투자도 철강 자동차 부동산 등의 분야에 국한되고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도 다른 산업 분야에서의 투자나 소비는 억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 중국경제는 상반기에 비해 성장률이 2, 3%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우리 경제와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올해 중 약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비와 건설투자에 의존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던 미국경제는 앞으로 금리인상과 감세정책 효과의 감소로 인해 성장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의 상승도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과 중국 등의 빠른 성장이 유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우리 경제 성장률이 0.1%포인트 정도 하락한다는 점에서 최근과 같은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을 보였던 세계 경제가 성장속도를 조절하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수출 증가율도 하반기부터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성장에 대한 기여도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기에는 한계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하반기에도 지금처럼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다소 이르지만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제 유가상승이 지속되면 특소세 인하 등을 통해 국내 유류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세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더라도 그것은 경기과열이 우려되는 국가들의 얘기이고 우리의 경우에는 저금리 정책을 당분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진작책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만큼 향후 5년, 10년을 바라보는 대책이 더 중요하다. 세계 경제가 어렵더라도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 혁신 노력 지원해야 ▼

얼마 전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기업의 개혁 마인드는 높게 평가됐으나 정부 정책의 일관성, 노사관계, 대학교육 등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부분에서 경쟁력을 까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시각에 집착해 기업을 규제하는 것만 개혁으로 생각하는 세태를 보면 안타깝다. 정부는 기업의 혁신 노력을 지원하고 사회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개혁의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하면 세계 경제의 불안은 우리에게 곧 매서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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