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는 한국증시의 시한폭탄

  • 입력 2004년 5월 9일 14시 13분


'중국 쇼크'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 전에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유가가 증시의 중장기 불안 요인으로 등장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고(高)유가는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 '대세 전환의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고유가로 석유화학, 정유업종 등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고유가는 한국 증시의 시한폭탄=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 인도분이 배럴당 39.98달러에 거래돼 40달러 선에 코앞까지 다가섰다. 13년 만에 최고치인 데다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8.87달러나 높은 수준.

전문가들은 미국의 상업용 원유재고량이 늘어나는데도 유가가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이류를 '이라크 사태 악화로 배럴당 9~10달러 정도의 전쟁 리스크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결국 이라크 사태가 진정되거나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이 없다면 고유가 행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고유가는 한국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며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증시는 일시적인 조정이 아닌 대세 하락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 이후 OPEC 회의 결과와 이라크 사태의 향방이 고유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 관련주 투자 주의보=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정유, 석유화학, 항공 등의 종목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민감주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도 주가 하락을 거들고 있다.

7일 서울증시에서 정유(SK, 에쓰오일), 석유화학(LG석유화학, 호남석유, LG화학), 항공(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종목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일제히 하락하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대신증권 주명호 기업분석실장은 "석유화학 업종은 지금도 중국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 인상분을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정유, 석유화학 업종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사의 경우 매출 원가 중 유류비가 22%를 차지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 유가가 1달러 오르면 대한항공은 연간 2500만 달러, 아시아나 항공은 104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상대적으로 해운업종은 고유가의 위험에서 비켜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매출 원가 중 유류비 비중이 높지 않은데다 컨테이너 운임 인상이 임박했고 성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남권오 연구위원은 "해운업종은 고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여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며 "항공업종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수요 증가 등으로 장기적인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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