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대란에 파업 ‘수도권 건설현장 공사 중단 사태’

  • 입력 2004년 4월 28일 19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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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교하지구에서는 지난해 말 6000여가구의 아파트 공사가 한꺼번에 시작됐다.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28일 오후, 현장은 뜻밖에 한산했다.

레미콘값 인상을 둘러싼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의 마찰로 레미콘 공급이 중단된 까닭이다.

교하지구에 3003가구를 짓고 있는 동문건설 정연석 구매담당 이사는 “레미콘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공사 초기에 이런 일이…”하며 한숨을 쉬었다.

정 이사는 “2, 3일은 버티겠지만 그 이후는 공사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고 밝혔다.

철근값 폭등 등 자재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에 레미콘 공급까지 끊기자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여기에 전국 타워크레인 기사 노조가 이날 총파업에 들어가 전국적인 공사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유진종합개발 삼표연탄 아주레미콘 등 수도권 대부분의 레미콘 업체들이 이날부터 사흘간 레미콘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의 건설현장은 공사가 중단된 곳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LG건설 대림산업 삼성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은 레미콘 공급 중단에 대비해 미리 레미콘 타설공사를 마치기도 했으나 업체별로 5∼10개 현장씩 공사를 중단했다.

레미콘업계측은 모래 재고가 부족해 일시적으로 레미콘 공급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인천 옹진군이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했지만 수요량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공급 중단의 이유는 레미콘 가격 인상을 둘러싼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의 힘겨루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3월부터 레미콘의 원료인 모래값 상승에 따라 6%의 레미콘 가격 인상을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워크레인 기사 노조의 파업도 건설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전국타워크레인 기사 노조는 28일 임금 24.7% 인상, 주5일 근무제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노조원 1200명 중 일부가 파업을 시작함에 따라 공사 중단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대체 기사나 비노조원으로 공사를 하고 있으나 노조가 공사 중단을 독려하고 있어 사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대림산업 자재구매팀 김천재 과장은 “대체 기사를 쓰고 있는 충남 천안시 안서동 현장에 노조원들이 몰려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5월 1일 주요 건설현장에서 투쟁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전국 164개 타워크레인 업체는 사업장마다 사정이 달라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는 “타워크레인 운전 능력을 갖춘 기사는 전국 3700명, 타워크레인은 3000여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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