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대출금 70% 올해 만기…금융시장 불안우려

  • 입력 2004년 4월 25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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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빌려준 중소기업 대출금 중 70%가량의 만기가 올해 안에 돌아오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내수침체로 상당수 기업들이 빚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권이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어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퇴출될 전망이다.

▽올해 만기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25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6조4000억원으로 이중 67.6%인 159조8000억원의 만기가 올해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만기가 되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105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내수침체와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어 만기에 맞춰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이 속출할 전망이다.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신규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2002년 월평균 3조4000억원씩 증가했으나 2003년에는 2조7000억원, 올해 들어 3월까지 월 2조3000억원씩 증가하는데 그쳤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돼 은행들이 한꺼번에 대출회수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이 무너지고 이어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늘면서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자금난 쉽게 안 풀린다=중소기업의 자금난은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이 최근 2064개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3월 중 중소 제조업 동향'에 따르면 대상기업의 31.1%는 '전월보다 자금사정이 곤란해졌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은 1월 35.0%, 2월 32.8% 등으로 감소세지만 3개월째 30%를 웃돌았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벤처기업이 늘면서 벤처기업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벤처기업 지정업체의 숫자는 7464개로 지난해 말에 비해 238개 줄었다.

이는 벤처기업수가 가장 많았던 2001년 말(1만1393개)에 비해 3928개나 줄어든 것이며 올해 들어 월별로 1월 95개, 2월 66개, 3월 77개씩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평균 가동률도 6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발표한 '생산설비 평균가동률 조사'결과 3월의 중소제조업 가동률은 68.6%로 지난해 2월 이후 14개월 연속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 구조조정 불가피=정부와 금융권은 모든 중소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금 상태로 계속 가기는 어려우며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며 "실태조사를 벌인 뒤 중소기업청과 은행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다음달 중 여론조사업체에 의뢰해 5000개 중소기업의 경영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또 조사결과가 나오는 6월부터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는 대출만기 연장과 신용보증 확대 등 지원을 하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대출연장 중단을 통해 퇴출과 업종전환,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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